유엔 지정 ‘물의 해’ 맞아 국제 물 문제 논의

‘국제환경계획’(UNEP) 한국위원회는 지난 29일(수) 국회의원회관에서 「지구시민사회포럼 의제준비를 위한 세미나」를 열었다. 지구시민사회포럼은 지구환경장관포럼의 연계회의로 세계 100여 개 비정부 시민단체(NGO)의 대표 150여 명이 참가해 환경문제를 논의하는 국제 포럼이며, 제5회 포럼이 내년 3월 제주에서 열릴 예정이다. 이번 포럼에서는 지난해 열렸던 요하네스버그 회의에서 하루 3만명에 이르는 수인성 질병 사망자 수를 2015년까지 반으로 줄이자고 결의한 바에 따라, 그 연장선상에서 구체적인 실행방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이번 세미나는 주최국으로서 시민사회의 의제를 미리 모아 지구시민사회포럼의 내실있는 진행을 준비하기 위한 것이다.

 

세계 물 논의 동향에 대해 발제한 이상헌 연구교수(상지대ㆍ민주사회교육원)는 “지구상의 물 중 이용가능한 양은 전체를 100리터로 봤을 때 찻숟가락 한 개의 비율뿐이고 물 자원의 분포도 심하게 불균등하다”며 물문제의 근본 원인을 지적했다. 이교수는 “네슬레, 코카콜라 등 국제적 생수기업들이 물부족국가에서 원가의 100배 이상으로 물을 판매하고 있다”며 “결국 돈이 없어 물을 공급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물이 시장원리에 따라 상품화 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이 교수는 “물 서비스를 민영화한 영국의 경우 서비스 요금 폭등으로 물을 공급받지 못한 인구가 이전에 비해 50% 가량 증가했고 인도의 한 가정에서는 물을 사먹기 위해 지출하는 돈이 생활비의 25%에 이른다”고 덧붙였다.

 

물 문제 해결을 위한 댐 건설의 필요성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다. 이상헌 교수는 “댐을 만들면 수몰된 나무나 유기물질이 분해되기 때문에 온실가스를 배출해 지구온난화를 가속화한다”며 “댐 건설을 주장하는 측은 댐이 지구온난화의 주범이라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수자원 연구원의 김우구 원장 역시 “UN에서 한국을 물부족 국가로 분류했다고 하는데 확인한 결과 그런 일은 없었다”며 국가에서 댐 건설에 유리한 여론을 만들기 위해 잘못된 사실을 홍보한다고 비판했다.

 인류애와 진지한 관심으로 구체적 실천 이끌어 내야

물문제를 둘러싼 국제적 갈등에 관한 논의도 이뤄졌다. 서동아시아 연합 환경단체인 ‘Southeast Asia River Netework’ 대표 피안폰 디트(태국)는 지구시민사회포럼에 ‘물을 둘러싼 국제간의 갈등문제’를 의제로 올릴 것을 제안했다. 세계 300여 개의 강이 두 국가 이상에 걸쳐 흐르고 있고 이로 인한 국가간의 갈등이 심각하다는 것이다. 디트는 “한 예로 메콩강 유역은 중국, 태국 등 6개 나라에 걸쳐 흐르고 있는데 강의 상류에 위치한 중국이 전력의 생산ㆍ수출을 위해 댐을 만들고 있다”며 “하류에 있는 국가들의 생태계에 심각한 영향을 끼치는 사안임에도 중국은 이에 대해 정보공개조차 하고 있지 않다”고 분개했다.

 

세미나에 참가한 진장철 교수(강원대ㆍ정치학과)는 “포럼을 통해 새로운 아젠다를 개발해서 변죽만 울리고 끝나기 보다는 이제까지의 아젠다를 얼마나 실천했는지 점검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