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학 분야=『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책을 읽으라고요?” 한여름에 책을 붙들고 있는 모습을 떠올리기만 해도 짜증이 나겠지. 그런 사정을 나 역시 이해 못하는 바 아니어서, 고심 끝에 감동적인 소설 한 권을 권하고자 한다. “그거 혹시 영화로 된 건 없나요?” 불행인지 다행인지 그 소설은 이미 영화화가 되어 있다. 하지만 어떤 정보도 알려 주지 않겠다. 영화를 통해서는 도저히 이 작품의 정수에 다가갈 수 없으니까. “도대체 어떤 소설이지요?” 그것은 바로 도스토예프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이다. “너무 길어요.” 그래도 이 소설을 고집하겠다. 인간의 삶에 대한 깊이와 무게가 있는 이해를 위해 반드시 읽어야 할 단 한 권의 책으로 서슴없이 권할 수 있는 것이기에. 선선할 오전 시간을 이용하여 조금씩 읽어나가기 시작하라. 어느덧 오전, 오후, 밤을 가리지 않고 이 소설에 빠져드는 자신을 발견할 테니! 그리고 곧 소설의 종결 부분에 이르러, 착한 소년 일루샤의 죽음을 애도하는 장례식에 참석했던 친구 아이들과 알료샤를 만날 것이다. 알료샤는 말한다. 우리 모두 착한 일루샤를 마음에 간직한 채 살아가자고. 이 부분에 이르면, 내가 왜 이 소설을 ‘강권’했던가를 이해하게 될 것이다. 물론 이 소설 속의 한 등장인물이 말하듯 인간보다 더 야수적인 존재는 없을지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을 통한 인간의 구원 가능성을 굳게 믿고 이를 탐구했던 도스토예프스키와 학생들 모두가 한 마음이 될 것으로 나는 굳게 믿는다.
장경렬 교수(인문대 영어영문학과)

◆ 인문과학 분야=『현대인을 위한 신학적 미학』, 리차드 해리스 지음, 김혜련 옮김, 살림출판사


순수예술은 21세기 문화에서 어떻게 이해되고 평가되야 할 것인가? 현대에서 예술의 운명 자체가 위태롭다면 그리스도교 예술은 그 존재 이유와 가치를 어떻게 찾을 수 있을 것인가? 이러한 궁금증에 대한 답으로서 리처드 해리스는 우리에게 『현대인을 위한 신학적 미학』을 안겨주었다. 이곳에서 해리스는 자연과 예술이 신의 미를 반영한다는 신학적 미학의 대전제를 설득력 있게 설명해 예술과 미, 신앙, 삶의 문제를 서로 화해시킬 수 있는 길을 보여주고 있다.
서구 예술사는 그리스도교에 많은 빚을 지고 있다. 지금도 우리가 즐겨듣는 바흐의 음악을 비롯해 수많은 회화, 건축, 연극 등 전통적인 예술 작품의 주제는 신의 영광을 찬양하고 그의 은총에 응답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렇듯 그리스도교 예술사의 걸작들이 여전히 우리의 사랑을 받고 있음에도, 때때로 예술과 심미적 즐거움은 신앙의 경건성에 유해한 것이나 신앙의 부수적인 에피소드 정도로 폄하되는 경향이 있다. 더구나 대중매체의 발전과 고급예술의 권위에 대한 저항감이 대중문화의 형태로 표현되면서 그리스도교 예술도 대중문화의 흐름에 함몰되는 것처럼 보인다. 해리스는 예술이 점차 본연의 위치를 상실하고 미가 단순히 세속사회의 관심사로 오해되는 현재 상황을 진단한다.
또 이 책은 신의 미에 관한 깊은 성찰을 통해 미와 예술의 근본적인 토대와 의미를 평이한 필체로 밝혀주고 있어 주목받는다.
배철현 교수(인문대 종교학과)

◆ 사회과학 분야=『월스트리트 100년』, 찰스 R. 가이스트 지음, 권치오 옮김, 좋은책만들기

제조업체 대졸 초임은 연봉 2천만 원대인데 금융업체는 3천만 원대다. 최근 금융업 부문의 수익성은 날로 높아져서 골드만삭스의 경우 비서와 조수를 포함한 전 직원의 연평균 급여가 52만 달러에 달한다. 자금이나 다루는 금융업의 보수가 실제 생산을 담당하는 농업·제조업보다 더 높다는 현실은 얼핏 대단히 불합리해 보인다.
금융은 유휴자금을 모아 유망한 사업에 투자하는 산업이다. 투자를 잘 하면 산업이 발달하고, 투자 원금을 회수할 수 있으며 이익도 두툼하게 챙긴다. 그러나 투자를 잘못하면 원금까지 모두 날린다. 금융업의 수익성은 좋은 투자를 제대로 선별하는 능력에서 비롯한다. 투자의 잘잘못은 순전히 운수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최근 발달하고 있는 위험관리기법은 금융업을 첨단화하고 그 수익성을 더욱 높이고 있다. 미국은 전국민이 첨단금융을 제대로 이해해야 새 시대에도 번영한다고 간파하고 ‘금융문맹’ 퇴치 교육을 대대적으로 펼치는 중이다. 그렇기 때문에 현대 금융이 발달해온 과정을 쉽게 풀어 쓴 『월스트리트 100년』(Wall Street-A History)는 시대적으로 매우 유익한 읽을거리가 될 것이다. 이 책은 「뉴욕타임즈」가 선정한 베스트셀러이기도 하다.
이승훈 교수(사회대 경제학부)

◆ 자연과학 분야= 『우리역사 과학기행』, 문중양 지음, 동아시아< BR>
이공계 출신으로 국사학과에 임용돼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문중양 교수의 신간 『우리역사 과학기행』은 과학 문화재를 보는 균형 잡힌 시각을 제공한다. 서양 과학의 패러다임으로 한국의 전통과학을 평가함으로써 우리의 과학이 별 볼일 없었다는 해석을 이 책은 강하게 비판하지만, 동시에 우리 것이 모두 최고였다는 식의 극단적인 민족주의적 시각도 거부한다. 이 책을 읽다보면 독자는 첨성대, 천상열차분야지도, 거북선, 한글, 금속활자, 앙부일구와 같은 우리의 과학문화재의 의미를 지금의 시각에서가 아니라 당시의 정치적·경제적·문화적 맥락 속에서 이해할 수 있다. 당시 사람들에게 과학과 기술이 어떤 의미였는지를 발견하는 것은 그것의 현재적 의의를 재평가하는 기반이 된다. 특히 서양의 과학이 유입되면서 조선시대 사대부들이 전통과학과 서양과학을 융합시키려고 노력했던 흔적을 천하도나 혼천전도에서 발견해 논의하는 부분은 지금의 과학기술문명에 전통적인 세계관을 접목시키려는 노력이 어떤 형태를 가져야 하는가에 대해서 시사해 주는 바가 크다. 이공계 학생은 물론 인문사회계 학생에게도 일독을 권하고 싶다.

홍성욱 교수(생명과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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