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연천 교수(행정대학원)

수도권 지역에서 올해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소위 보유세제 세금고지서를 받는 순간 “악” 하는 소리 내는 집이 많을 것이다. 세금을 종전보다 2~3배 더 물게 돼 “악”하는 소리가 많을수록 정부 당국자는 부동산 투기억제를 목표로 한 조세정책이 소기의 성과를 거두었다고 회심의 미소를 지을 것이다. 과연 회심의 미소가 부동산 조세정책의 성공을 의미할 것인가? 아니면 정부당국자가 오히려 “악”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을까?

정부는 지난해 8월 31일 주택투기수요를 억제하기 위해 주택보유에 따른 부담을 대폭 늘리는 ‘종합부동산세제개편’과 과세표준 현실화 방안을 내 놓은바 있다. 아마도 OECD가입국가에서 이런 강도 높은 세제개편은 전례를 찾아볼 수 없을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특단의 대책에도 불구하고 일부 지역은 오히려 집 값 상승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으며, 무주택 서민들의 좌절감은 증폭되는 등 정부정책의 신뢰성은 바닥을 치고 있는 양상이다.

부동산 가격 앙등의 이면에는 행정수도이전, 기업도시건설, 혁신도시건설, 판교신도시건설 등 참여정부가 전국 상당지역 토지의 미래 기대가치를 높여준 정책 기조가 자리 잡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설상가상으로 일부 토지, 주택 공급에 대한 과도한 규제는 동결효과를 초래함으로써 특정 지역 주택가격이 가격상승을 선도케 한 실책이 노정되었다. 부동산 가격 상승 등 시장이 정상적으로 가동하지 못하는 소위 ‘시장실패’에 대응하는 정부의 개입 방식은 오히려 ‘시장의 실패’를 확산하는 등 사회적 비용이 더 큰 ‘정부의 실패’를 야기하였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부동산 가격 앙등을 초래한 다양한 요인을 고려하지 않은 채 세금을 통해 투기수요를 억제하겠다는 것은 단기적 미봉책이라는데 다수의 재정학자가 동의하고 있다. 시장의 거대한 힘 앞에서 보유에 따른 조세비용을 높이고, 양도에 따른 거래비용을 현실화함으로써 부동산 시장의 실패를 치유할 수 있다는 믿음은 과신일 뿐이다. 더 나아가서 국민이 부담하는 세금의 과도한 인상을 통해 특정 정책목표를 이룰 수 있다는 생각은 입헌주의에 반하는 위험한 발상일 수 있다. 특히 행정과정에 해당하는 부동산 가액평가의 상승을 통해 조세부담을 급격히 증대시키는 것은 이미 1980년대 미국 캘리포니아 헌법 부칙13조 개정운동에서와 같이 엄청난 조세저항을 야기시켰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합법적 절차를 거친 세율인상의 경우라도 담세자의 현존하는 부담능력을 현저히 넘어서는 세금인상은 부담부과의 정당성을 얻기 어렵다는 점이 간과되어서는 안 된다. 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수립함에 있어 “강남 중산층에게 본때를 보여줘야 한다”는 등 일부 국민에 대한 감정적 대응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도 정부실패의 한 요인으로 생각할 수 있다. 조세정책의 실패는 시장질서의 교란은 물론 민심을 이반시킬 수 있다는 역사적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된다.

지방선거를 통해 국민의 준엄한 심판에 직면하고 있는 참여정부는 이제라도 부동산 정책을 포함한 전반적 국정목표와 실천전략을 근원적으로 재검토할 용기를 가져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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