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열풍 등으로 인해 한국사회와 문화에 대한 연구 필요성이 높아지고 올해 2월 규장각한국학연구원이 발족하는 등 한국학에 기대와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 가운데 한국학 연구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개교 60주년 및 규장각 창립 230주년 기념 한국학 국제학술회의(학술회의)가 ‘21세기 한국학의 진로 모색’을 주제로 지난달 31일(수)부터 사흘간 호암교수회관 컨벤션센터에서 열렸다. 이번 학술회의에는 ‘규장각과 동아시아 지식세계-서적의 편찬, 유통, 교류’, ‘국내외 한국학 연구의 현황과 과제’등 6개의 큰 주제를 중심으로 규장각 창설 이후 한국학의 연구 현황과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약 40명의 국내외 한국학 관련 학자들이 초청됐다. 국내외 여러 학자들이 한국학을 주제로 서울대에 모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동일 명예교수(국어국문학과)는 기조강연에서 “20세기 한국학은 민족사의 요구를 실현해야 했으나 21세기 한국학은 인류를 위해 봉사하는 세계학이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 “문화 화합을 이룩할 수 있는 인문학을 키워야 한다”고 한국학의 미래상을 제시했다.

첫날 제1주제 ‘규장각과 동아시아 지식세계-서적의 편찬, 유통, 교류’에서는 당시에 출판된 서적과 규장각의 역할 등을 통해 조선 후기 사회가 지식정보사회로 나아갔다는 내용의 발표가 진행됐다. 정옥자 교수(국사학과)는 “규장각은 조선시대의 기반인 문치주의의 제도적 장치였다”며 “규장각이 서적 수집, 보급 등 지식정보사업에 집중했던 사실은 당시의 지식기반사회적 성격을 분명하게 보여준다”고 밝혔다.

또 정병설 교수(국어국문학과)는 “18세기에는 서적의 상업출판 및 유통이 활성화돼 이른바 ‘매체 혁명’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매체혁명을 계기로 한글본 소설이 널리 팔리자 민중들은 손쉽게 지식정보를 접촉할 기회를 얻었다는 것이다. 이어서 정 교수는 “지식정보를 접할 기회가 늘어나자 여러 가지 사회 변화가 일어났다”며 “사회적 관심이 민중봉기 같은 민감한 주제까지 확대돼 홍경래난을 소재로 쓴 『신미록』이 민중의 호응을 얻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사회학·인류학·법학 등 다양한 분야의 학자들이 참여해 한국학의 진로를 모색했다. 특히 탈식민페미니즘과 한국문화 전반을 고찰한 발표들은 기존의 국문, 국사학으로 한정됐던 한국학 주제를 확장한 시도로 평가받았다. 양현아 교수(법학부)는 「탈식민 페미니즘과 한국문제」에서 “‘일본군 위안부’문제에 대한 연구는 식민지 역사를 여성주의적 시각에서 바라봄으로써 새로운 역사 인식을 조성했다”고 발표했다. 또 미국과 일본의 학자들이 참여해 자국의 한국학 연구 현황과 성과를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학술회의 조직위원장인 이태진 교수(국사학과)는 종합토론을 통해 이번 학술대회에서 제시된 21세기 한국학의 과제를 “▲동아시아 속의 한국학 지향 ▲평화공존과 경쟁 속 번영 ▲외국 한국학 적극 지원 및 한중일 학계의 활발한 교류 ▲대중문화 발전에 기여(한류 창조 및 확산) ▲한국인의 가치관 및 문화사·사회사 개발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동아시아 속의 ‘열린 한국학’을 실현하자는 목표가 명확히 제시돼 참가 학자들의 공감도가 높았으며 참여도와 인원 면에서도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참가자 중 일부는 “한국학 관련 분야의 성과와 문제점이 무엇인지 짚어주고 앞으로 각 분야가 어떻게 통합돼 발전할 수 있는가에 대한 방향 제시가 없었다”고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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