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질서를 유지하는 법은 정칟경제 등 사회 각 분야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그렇다면 사회과학적 시각으로 바라보는 법은 어떨까. 지난달 29일(월) 법학100주년기념관 소강당에서 ‘사회학자가 본 법학 연구’를 주제로 법학연구소 학술대회가 열렸다.

김홍우 교수(정치학과)는 ‘정치학원론’ 수업에서 일반인의 눈으로 헌법을 읽고자 시도한 경험을 토대로 「헌법의 시민적 읽기」를 발표했다. 그는 『삼국사기』, 『서유견문』 등 역사 자료 속에서 시민이 법을 어떻게 보았는가를 살펴봤다. 『서유견문』에는 ‘인민의 권리, 정부의 시초, 정부의 직분’ 등 법학자가 아니었던 유길준이 제시한 헌법적 구상이 담겨있다. 이어서 김 교수는 “우리 삶의 방식과 다른 외국의 법학 논의를 글자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며 우리 역사를 바탕으로 한 헌법해석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한편 토론자로 참석한 강정인 교수(서강대 정치학과)는 “해방 이전에는 국가학이라는 현실적·통합적 학문이 정치학과 법학을 포괄했으나 미국에서 민주주의가 도입되는 과정에서 두 학문이 분리됐다”며 “그 결과 최근 법학은 예비 법조인을 양성하는 학문으로 좁아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법조인들은 정칟사회를 알아야 한다”며 “인터넷 확산 등 현대 한국의 특수한 사회적 상황과 법을 함께 생각해야한다”고 말했다. 또 강 교수는 “왜 헌법은 한문으로 쓰여있나”, “헌법 정신이 얼마나 제대로 실현되고 있는갚 등의 물음을 던지며 헌법과 현실의 괴리를 지적하기도 했다.

다음 순서로 양현아 교수(법학부)의 「사회학적 사고와 법해석의 교감」 발표가 이어졌다. 양 교수는 사회과학자료가 합헌 판결에 영향을 미친 ‘브랜다이스 사건’ 등을 예로 들어 판사에게도 사회과학적 시각이 필요함을 주장했다. 1908년에 발생한 브랜다이스 사건은 세탁공장 사장이 정부의 노동자 보호정책이 부당하다고 제기한 소송에 대해 연방대법원이 해당법률을 합헌이라고 판결한 사건이다. 변호사 브랜다이스는 근로감독관, 의사, 경제학자, 사회복지사 등 여러 전문가들의 다양한 사회학적 자료를 제시해 장시간 노동이 여성의 건강을 해친다는 것을 증명했다. 양 교수는 “하지만 법원의 판결은 사회적 상황보다 법률가의 자체적 판단에 의존하는 경향이 크다”며 법률 판단과 사회과학적 관점의 조화를 요구했다.

앞의 두 발표와 달리 신도철 교수(숙명여대 경제학부)는 경제학자의 입장에서 법학을 살폈다. 「경제학자가 본 법학의 연구와 교육」 발표에서 신 교수는 “경제적으로 사회가 번영하기 위해서는 자원에 대한 사적 지배 내지는 사유재산권을 보장해야 한다”며 “법과 제도가 경제적 성과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또 그는 “금융, 산업조직, 특허, 국제통상 등 전문적인 경제 지식을 요하는 분야에서 법률서비스 수요가 점차 늘고 있다”며 “미국 최상위 법과대학인 하버드대의 많은 교수들이 경제학 박사 학위를 가지고 있는 등 외국 법학계에서 경제학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대학도 로스쿨 제도의 도입을 계기로  법학 교육에 법경제학프로그램을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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