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창 (인문대교수ㆍ국어국문학과, 제31회 대학논문상 심사위원)
요즘 각 대학에서는 글쓰기 교육이 강화되고 있다. 이미지와 영상문화가 압도하는 시대에 말과 글을 통한 자기표현과 의사소통의 필요성이 강조되는 것은 역설적인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문자문화에 기반하지 않은 영상문화나 글쓰기에 의해 뒷받침되지 않는 이미지는 허약하기 그지없다. 고등학생을 위한 논술대비용으로 출간된 어느 글쓰기 입문서가 정작 30, 40대 회사원들에게 주목을 받았다는 사실은 대학에서의 글쓰기 훈련이 중요하다는 점을 반증해주고 있다. 논문은 대학에서 이루어지는 학술적 글쓰기의 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대학논문상에 투고된 논문들은 모두 12편이었다. 지난 몇 년 동안 우수작을 내지 못한 상황에서 올해에는 훌륭한 논문을 추천할 수 있기를 기대하는 마음으로 심사에 임했지만 올해도 역시 가작을 추천하는 선에 그치고 말았다. 뛰어난 논문이란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생각해볼 수 있다. 우선 문제를 제기하고 문제 의식을 설정하는 능력과 열정이다. 논문은 남들이 주목하지 못한 문제를 스스로 설정하고 이를 창의적으로 풀어가는 과정에서 생겨난다. 다른 한편으로 논문은 창의적인 문제제기를 최대한 논리적인 논증과정을 통해 풀어가야 한다. 문제제기의 창의성과 논증과정의 논리성, 심사위원들은 크게 이 두 기준을 중심으로 응모작들을 검토하였다. 그러나 대부분의 응모작들은 치열한 문제의식이 희박하거나 논리적인 논지전개가 부족한 경우가 많았다. 가작으로 선정한 두 편의 글은 서로 대척적인 지점에 놓여 있는 글이다.

「시대의 얼굴 - 한국 주민등록증 사진 연구」는 창의적인 문제의식이 돋보였으나 이를 논리적으로 풀어가는 과정에서 미흡한 측면이 있다. 사진의 ‘안’과 ‘밖’을 넘나들며 자유로운 글쓰기를 선보이고 있는 이 글은 사회비평에 가까운 대안적 글쓰기의 느낌을 주는데, 이 점이 학술적 글쓰기의 전범으로서 논문에 정확하게 일치하지 않는다는 한계로 작용하고 있다.

또 다른 가작으로 선정된 「외국인 근로자의 산업안전보건과 노동건강권」은 풍부한 자료에 입각해 성실하고 논리적인 태도로 문제를 풀어가고 있다. 그러나 엄청난 조사와 풍부한 자료에 가려져 논문의 문제의식이 뒷전으로 밀린 것은 아닌가 자문해볼 필요가 있다. 내년에는 이 두 편의 글이 지니는 장점은 취하되 한계는 뛰어넘는 논문들이 더 많이 투고되어 대학논문상을 명실공히 학술적 글쓰기의 경연의 장으로 만드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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