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무 신임총장 인터뷰

지난 7월 20일 이장무 교수가 서울대 제24대 총장으로 취임했다. 『대학신문』은 신임총장과의 인터뷰를 마련해 국립대 법인화 등 학내 주요사안에 대한 이장무 총장의 생각을 들어봤다.

■ 일시: 2006년 7월 21일(금) 오후 3시
■ 장소: 총장실
■ 인터뷰: 강민규 편집장
■ 정리: 권다희 부편집장
■ 사진: 이해나 사진부장

◆ 취임 소감을 간략히 말씀해주십시오.
서울대는 지난 60년간 민족의 대학으로서 우리나라 발전에 크게 기여했습니다. 이러한 자랑스러운 서울대의 총장 임무를 맡게 돼 영광으로 생각하면서 동시에 막중한 책임을 느낍니다. 이제 우리는 눈을 세계로 돌려서 서울대가 21세기 지식혁명을 선도하는 세계적인 대학으로 도약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교수, 직원, 학생 모두의 노력과 협조가 필요합니다. 또 정부의 지원은 물론 사회와 국민들의 후원도 반드시 필요합니다.

◆ 총장후보 당시 “서울대의 자율성을 확보하는 것이 대학발전을 위한 시급한 과제”라고 하셨습니다. ‘자율성 확보’의 의미를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십시오.

자율성 확보는 대학 발전의 주요 요소인 대학 행정의 유연성과 관련됩니다. 특히 서울대는 국립대라 제약이 많습니다. 새로운 학과를 개설하거나 교수를 충원할 때 국립대는 교육인적자원부(교육부), 행정자치부, 기획예산처 등 정부부처의 승인을 거쳐야 합니다. 이러한 시스템에서는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기 어렵지요. 반면 사립대는 예산만 있으면 얼마든지 교수채용, 학과개설이 가능합니다. 국립대이므로 사립대와 같은 수준의 자율성을 보장하기는 힘들겠지만 재정운용, 인사행정 등 대학운영의 자율성을 신장시키기 위해 교육부와 깊은 논의를 해나가야 합니다.
대학 외부로부터의 자율성뿐 아니라 학내에서 학과나 단과대학의 자율성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학과나 단과대학이 학문 특성에 맞게 운영계획을 세우고 교육과 연구를 할 수 있도록 행정 시스템을 개선하겠습니다.

◆ 교수 연구여건 개선을 위해 어떤 계획을 가지고 계십니까?

연구의 수월성 확보는 세계적인 연구중심대학을 지향하는 서울대에 매우 중요합니다. 또한 연구 결과가 창의적인 교육으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연구의 수월성 확보는 더욱 중요합니다.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대학평가의 주요 평가항목이 교수들의 연구능력이기도 합니다.
교수 연구여건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우선 교수들이 연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충분한 연구시간이 보장돼야 합니다. 이를 위해 강의시간 감축이 필요합니다. 이는 연구시간 확보뿐 아니라 교육의 질 제고를 위해서도 필요하지요. 지금보다 교수강의시간을 더 줄일 계획입니다. 물론 이는 재정과 연결된 문제이므로 재정확보에 대한 고민도 함께 이뤄져야 합니다.
또한 연구공간[]연구기자재 등 연구시설을 확충하고, 기초학문분야 연구비를 더 많이 지원하겠습니다. 기초학문의 발전을 위해서는 한 분야에 대한 지속적 연구가 필요한데 지금의 여건은 그렇지 못합니다. 교육부와 상의해서 기초학문분야의 교수들에게 충분한 연구비가 지원되도록 하겠습니다. 이와 함께 학교의 자체적 재원도 활용해 연구비를 확충하도록 하겠습니다.
아울러 연구비 관리제도 개선도 필요합니다. 현행 연구비 관리체계는 교수들에게 시간 부담과 책임을 많이 지우는 시스템입니다. 연구비 관리행정을 대학 차원에서 합리적으로 담당해 교수들의 잡무를 대폭 줄이고 연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 시간강사 처우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아직 내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지 못해서 구체적인 이야기를 할 수 없으나 많은 우수한 시간강사들이 충분한 처우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예산이 확보 되는대로 점진적으로 처우를 개선하는 방안을 모색해 보겠습니다.

◆ 이공계 위기와 인문[]사회 계열의 소위 비인기학과 소외 현상에 대한 해결책이 궁금합니다.

인기 학문에 학생들이 급격히 몰리는 현상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현상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지금의 인기 학문이 언제까지나 인기를 누리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한 예로 독일 통일 당시 과학기술인력 등 이공계 인력의 공급이 넘치자 이공계기피가 심하게 일어났으나, 이후 독일경제가 회복되면서 과학기술분야 우수인재가 부족해지자 이 분야 인력에 대한 수요가 늘어났습니다.
이렇듯 지금은 비인기학과라 하더라도 10여 년 후에는 그 분야의 인재들이 절실하게 필요해질 수 있습니다. 잠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비인기학문을 연구하는 학과에는 학교차원에서 장학금을 더 많이 지원하고, 복수전공 여건을 개선하는 등 학생들에 대한 지원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또 지금은 한 분야에 대한 전문성 못지않게 여러 분야에 대한 폭넓은 소양이 중요합니다. 학문의 흐름이 빠르게 변하고 있으며, 인문학과 자연과학 등 학문 간의 벽이 허물어지고 있는 추세지요. 따라서 어떤 학문을 공부하더라도 지식인으로서, 사회인으로서의 기본적인 지식과 소양을 갖춰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취지에서 기초교육원의 교육기능을 강화할 생각입니다. 기초학문 커리큘럼과 자신의 전공 이외의 다양한 과목들을 수강하도록 함으로써 다른 학문분야와 접하게 될 때, 혹은 전공분야를 바꾸게 될 때 빠르게 적응할 수 있는 인재를 키우도록 하겠습니다.

◆ 2000년대 초 서울대에서 모집단위 광역화나 학과 정원조정 등의 구조조정이 시행되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시며, 앞으로 이와 관련해 어떤 계획을 가지고 계십니까?

입학 후 여러 학문분야를 접한 후 자신의 적성에 맞는 학과를 택하도록 하는 광역화 제도의 취지는 바람직합니다. 그러나 특정 인기학과로의 편중이 일어나 꼭 필요한 일부 학문들이 위축되고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있어요. 광역화는 장점과 함께 문제점을 가지고 있으므로, 광역화의 범위를 신중하게 고려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향을 모색해야 합니다.

교수 대 학생비율 감축 등 학생들에게 양질의 교육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서울대는 지난 1999년부터 학사과정 정원을 감축했습니다. 2006년 현재 1999년 대비 34% 감축됐지요. 그러나 정원감축이 여러 학문분야 간의 협조를 통해 이뤄지지 않은 것은 문제입니다. 일률적인 감축으로 소수 정원을 가진 학문분야가 교육의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없을 정도로 위축되기도 했지요. 이러한 것을 재조정하는 것이 숙제입니다.

◆ 최근 몇 년 간 서울대는 지역균형선발제 도입 등 입시제도에서 적지 않은 변화를 모색해왔습니다. 이에 대한 평가와 향후 신입생 선발제도 개편 계획을 듣고 싶습니다.

지역균형선발제도 등 현행 서울대 입시제도가 사회에 기여한 바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환경에서 성장한 학생들 간의 교류가 학생들의 성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입니다. 현재 실시중인 지역균형선발제, 특기자 전형을 비롯해 농어촌 지역 학생, 장애학생 등 소외계층 학생들을 선발하는 특별전형을 더욱 다양화할 것입니다.

미처 생각하지 못한 좋은 입시제도가 있을 수 있으므로 해외의 입시제도도 분석해 더 좋은 대안을 찾으려고 노력하겠습니다.

대학 입시제도는 장기적이고 예측 가능해야 하므로 점진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 국립대법인화 추진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가지고 계십니까?
법인화가 제기되고 있는 것은 서울대가 국립대이기 때문에 정원 조정이나 교수 임용 등 교육 행정체제가 경직돼 있고, 이러한 경직된 체제와 조직으로는 세계적인 서울대로 발돋움하는 데 어려움이 많기 때문입니다.

또 다른 이유는 재정상황의 열악함입니다. UCLA의 연간 재정이 3조 원이 넘고, 동경대가 약 2조 원입니다. 이에 비해 서울대가 실질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예산은 정부 지원금 2천여 억 원과 학생들이 납부하는 기성회비 1800여 억 원뿐이에요. 국고지원은 지난 10년간 거의 변화가 없습니다. 정부가 서울대를 연구중심대학으로 키우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집중적으로 재정지원을 해야 할텐데, 현재의 국립대 틀 안에서는 이러한 예산문제를 해결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법인화는 이러한 정부 지원 문제를 해결하고, 학교의 자율성과 유연성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서울대 발전방향에 적합한 최적의 법인화 방안을 마련해 대학구성원들의 합의를 거친 후 정부와 협의할 수 있습니다. 현재 단계에서는 우선 서울대의 장기발전계획을 세우고, 서울대에 가장 적합한 법인화 방안을 연구하는 팀을 발족시켜 법인화 방안을 분석하고 준비해나가겠습니다.

◆ 총동창회와 발전기금 통합 등으로 발전기금 유치액을 늘리겠다고 밝히신 바 있습니다(5월 8일 『대학신문』 총장후보 인터뷰). 총장후보 발전기금 유치계획과 활용 방안을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십시오.
서울대의 발전기금 총 모금액은 3천 억 원 정도입니다. 이는 25조 원인 하버드대 발전기금 규모의 80분의 1 수준이지요.
지금까지는 총장이 보직교수와 함께 뛰어다니면서 기업으로부터 기금을 얻어내는 형식이었는데 이러한 방식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다양한 모금 방법을 통해 기금을 확충해야 합니다. 방법 중의 하나는 동창회 네트워크를 이용하는 것입니다. 또한 많은 소액기부자를 포함해 학부모, 사회 독지가들을 찾아내서 기증을 유도하겠습니다.
과거와 달리 무조건 ‘기증해달라’고 부탁하는 방식보다는 우수교수 충원기금, 어려운 학생을 위한 장학금, 연구동 건축 기금 등의 구체적인 기부목록을 만들어 기부자들이 기꺼이 기증할 수 있도록 유도하겠으며, 이 분야 전문 컨설턴트의 도움을 받을 것입니다. 아울러 서울대의 지적재산권을 활용해 재정확충으로 이어지도록 하겠습니다.

◆ 학교 주요사안 의사결정과정에 학생과 직원의 참여는 어느 정도 보장돼야 한다고 보십니까?
학생들이 요구하는 학사행정 개선 요구 사안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특히 학생들이 교과목에 대하여 의견을 개진하거나 강의설문평가에 참여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학내 복지, 시설 및 교육의 질적 향상에 대한 학생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인사, 재정 등의 사안에 대해서는 학교에 맡기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법인화 방안, 복지 및 처우개선 등 학교 주요 사안에 직원들의 참여는 바람직합니다.

◆ 지하 공간 적극 활용 등 다양한 캠퍼스 재배치 계획을 가지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학교에 공사가 너무 많은 것이 아니냐는 비난 여론도 있습니다만.
교육 연구 환경의 개선을 위해서는 구건물의 재건축, 레이아웃의 변경, 시설개선 및 신축이 필요합니다. 예술적 조형이 존중되고 쾌적하고 편리한 유비쿼터스 그린 캠퍼스를 위해서도 캠퍼스 리모델링이 필요합니다. 다만 난개발을 지양하고 교육에 지장을 주지 않는 방향으로 공사를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 최근 황라열 총학생회장의 한총련 탈퇴와 탄핵으로 학생 사회에 발생한 분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사회는 물론 대학 내에서도 서로 상대방의 다양한 사고를 받아들일 수 있는 유연한 자세가 필요합니다. 상대방을 이해하고자 노력하고 포용하는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좋겠습니다.

◆ 상대평가제 강화 등 학사관리 엄정화에 대한 견해를 듣고 싶습니다.
현재 전공과목 평가는 교수의 자율에 맡기고 있고, 교양과목은 어느 정도의 형평성 유지를 위해 상대평가제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학생 대부분이 우수해 강제적인 상대평가가 힘들다고 판단됐을 때 교수재량으로 상대평가를 하지 않을 수 있는 제도도 마련돼 있어요.
하버드대의 경우 상대평가를 실시하지 않아 학점 인플레가 심합니다. 물론 이를 학생들 모두가 우수하기 때문이라고 해석하기도 하지요. 대학마다 고유한 전통이 있습니다. 더 연구해보겠습니다.
◆ 총장 공약 집행 여부를 모니터링하는 ‘경영전략기획본부’를 설치해 대기업 최고경영자들이 대학 운영을 평가하도록 하겠다고 하셨습니다. 교육[]연구 담당이라는 대학만의 특성이 있는데 대기업 경영자들에게만 학교 운영 평가를 맡기는 것은 위험하지 않습니까?
기업의 최고경영자를 영입해 대학 업무를 평가하게 한다는 것은, 학내 구성원에 의한 평가도 필요하지만 외부에서 바라보는 평가가 더욱 객관적일 수 있고 기관 운영 평가의 전문성도 필요하다는 판단때문이었습니다. 경영전략본부 또는 경영전략위원회를 설치해서 여기에 기업의 최고경영자는 물론 다양한 학내외 구성원도 참여하도록 하는 방법을 생각해보겠습니다.

◆ 조부님의 친일행적 논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현재 한 인터넷 신문과 인터넷 시민단체가 이 문제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제기하는 문제 중 하나는 조부와 이완용이 가까운 친척이라는 잘못된 주장입니다. 500여 년 전 조부의 18대 조에서 이완용 조상과 갈라져 나갔으므로 본관만 같을 뿐 친인척 관계는 전혀 아닙니다. 다른 문제로 제기되고 있는 조부의 사관에 대해서는 다양한 찬반 의견이 있지만 역사학자들이 학문적으로 판단해 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논란은 동생 이건무 국립중앙박물관장이 3년 반 전 관장에 취임할 당시에 이미 검토된 내용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논란에 대해서는 유감으로 생각하지만 앞으로 논란을 극복하는 방법은 겸허한 마음으로 미래를 내다보며 서울대를 민족의 대학, 세계적인 대학으로 더욱 발전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학내 구성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앞으로 우리 서울대가 21세기 지식혁명을 선도하고, 21세기 신문명을 주도할 수 있는 세계적인 대학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여러분 모두가 힘을 모아 도와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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