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엔 숲 속으로 - 서울숲 야외조각전

공원에서 깨끗한 공기를 마시며 다양한 예술작품까지 감상할 수 있다면 어떨까. 서울시 뚝섬에 위치한 서울숲은 바로 그런 곳이다. 서울숲은 지난해 6월 서울시가 뚝섬일대 기존의 골프장과 승마장을 깨끗한 숲으로 조성한 도심 속 생태공원이다.

서울숲은 개원 1주년을 맞아 지난 6월 29일(목)부터 ‘서울숲 야외조각전’을 마련했다. 서울시립미술관에서 기획한 이 전시에서는 신현중, 안규철, 최우람 등 다양한 연령층의 조각가 15명의 개성있고 실험적인 조각작품 15점이  주변환경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있다. 기획자 윤진섭씨는 “공원에서는 대중들의 미적 정서에 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예술적 실험 정신과 진취적인 미의식이 발현돼야 한다”고 기획의도를 밝혔다. 작품들은 영구 전시될 예정이다.

세 개의 인물상이 일렬로 배치된 「공간속으로」는 사실적 인체조각을 연구해온 김영원의 작품으로 인물상들을 수직선상에서 보면 세 개의 상이 하나로 합쳐져 인상적이다. 전시작품 중에는 눈에 띄게 익숙한 것도 있는데 미대와 멀티미디어동(83동) 사이에 있는 도롱뇽 조각과 비슷한 작품이 바로 그것이다. 신현중 교수(조소과)의 「공화국 수비대」라는 이 작품은 지난 천성산 사건 이후 신교수가 제작해온 도롱뇽 연작 중 하나다. 또 박석원의 거대한 스테인리스 스틸 추상작품 「적의」의 표면에 「공화국 수비대」가 우연히 어렴풋하게 비치는 모습도 흥미롭다. 
 
전시장은 서울숲 공간 중 방문객들이 가장 많이 왕래하는 ‘가족마당’ 부지에 위치해 있다. 이 전시를 계기로 서울숲은 서울 시민들의 휴식 공간뿐만 아니라 문화예술의 공간으로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지루한 장마 때문에 휴가를 즐기지 못한 사람이 많을 듯하다. 그러나 비오는 여름날 숲이 주는 상쾌한 공기를 느끼며 조각작품 사이를 거니는 것도 즐겁게 휴가를 보내는 방법이 아닐는지. 마치 도시를 탈출한 듯한 여유를 누리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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