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도 세계화의 흐름에 발맞춰야”

케른 총장은 98년부터 총장으로 재직해 왔다. 그는 폭스바겐 자동차회사로부터 2백만 마르크의 연구비를 지원 받아 2000년 여름부터 괴팅엔대 법학과, 경제학과, 사회학과, 물리학과, 임학과 등 다섯 개 학과에 ‘피드백되는 자율권’이란  개념을 도입하여 개혁을 시도하고 있다.

 

▲현재 독일 사회에서 요구하는 대학의 기능은 무엇인가?
독일 대학은 훔볼트의 대학 정신을 이어받아 기초적인 연구분야를 담당했다. 그러나 요즘 대학은 사회의 변화에 맞춰 학문간 다리를 놓아 응용 가능한 학문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요구에 직면하고 있다. 학과라는 경계를 뛰어넘어 지식을 통합하는 능력이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괴팅엔대에서 응용 가능한 학문을 발전시키고 이를 기업과 연계하기 위해 지원하고 있는 제도가 있다면 설명해달라.
독일에는 산에 나는 귀한 버섯을 찾는 신통한 돼지가 있다. 독일 기업들은 마치 이 돼지처럼 자기 기업에 필요한 연구를 찾아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이런 기업들을 돕기 위해 학회를 만들었다. 이 학회에서 기업인과 연구자들이 정기적으로 대화를 갖고 있으며, 대학 본부에서 학회를 만들기 위한 재정적인 기반을 마련해주고 있다.

학과 경계 넘어 지식 통합하는 능력 필요
대학은 국가와 합의 아래 독립적으로 기능해야
 

▲독일 대학을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독일 대학 개혁의 중점사항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100년 전 독일은 학문 강대국이었기 때문에 당시 학자들은 독일어를 필수적으로 배워야 했다. 그러나 이제는 영어가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영어 강의를 늘리고 영어로 논문 쓰는 것을 장려하는 등 대학도 세계화의 흐름에 발맞춰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다른 대학과 비교했을 때, 각 대학에서 중점적으로 키워야 할 분야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그것을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 괴팅엔 대학은 그동안 우위를 지켜왔던 자연과학 분야를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개혁을 추진하는 데 어려움은 없는지.
장기간의 경기침체로 인해 점점 줄어들고 있는 대학 예산액과 늘어나는 책임들, 게다가 보수적인 대학 관념으로 인해 개혁을 추진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예를 들어 독일은 대학 입학시험 제도가 없고 ‘아비투어’라는 졸업시험이 곧 대학 입학 시험이다. 이는 오래된 제도로 현 실정에 맞지 않는 측면이 많은데 교육부와 보수적인 교수들의 반대로 바꾸기가 어렵다. 그러나 괴팅엔대는 계속해서 대학에서 자율적으로 학생을 뽑을 수 있는 권리를 주 교육부에 요구할 것이다.

 

▲개혁을 하는 데 있어서 국가와 학과간의 관계는 어떠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나는 ‘감독받는 자율(Kontrollierte Autonomie)’이라는 개념을 제안했다. 이는 대학의 자율은 대학 전체의 이익에 ‘피드백(feedback)’돼야 한다는 의미다. 괴팅엔 대학이 정해진 시간 안에 달성할 목표에 대해 국가와 합의를 도출하고 이 단계에서 대학이 독립적으로 일하겠다는 것을 국가에 요구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완전한 자치가 아닌데, 계약을 통해 국가가 검토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기 때문이다.

 

▲이는 학과와 본부 사이에도 통용될 수 있는 개념인가.
그렇다. 대학의 중앙본부는 개혁과정에서 자극을 주며, 평가를 하는 상부기관이다. 학과 담당자들에게 개혁의 목표와 기한을 명시하면서도 그들에게 전권을 부여해야 한다. 왜냐하면 학부에 있는 사람은 학부가 잘 되는 방법을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모든 학과가 스스로 잔가지를 칠 수 있을 정도로 본부와 학과 간의 신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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