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서 태어난 대학 개혁
독일 대학을 이야기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1810년 독일의 계몽 철학자 훔볼트의 대학개혁이다. 프로이센은 나폴레옹에게 패배해 엘베강 서쪽의 영토를 모두 프랑스에 빼았기고, 프랑스의 지배를 받게 된다. 전쟁은 독일의 주요 대학인 에어랑겐대과 할레대를 파괴시켰다. 이에 독일은 관료제와 대학에 대한 개혁에 착수한다.


베를린 훔볼트대은 당시로서는 독특한 ‘개혁을 위한 대학’이었다. 훔볼트는 1년 간 대학 총장을 역임했음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개혁은 세계적 지성이었던 피히테, 랑케, 슐라어마허, 하이네, 칸트, 헤겔 등이 생각했던 교육의 이념이 종합된 것이었다.


국가 중심적이고, 엘리트 교육 중심, 실무 교육을 중시해 ‘에꼴’이라는 고등 교육 제도를 만들었던 프랑스와는 달리 독일은 자율적이고, 교양을 중시하는 대학을 구상해 낸다. 현재까지 모든 대학의 목표인 연구와 교육의 통합의 개념, 세미나․논문 중심의 수업 방식은 모두 이 당시의 발명품이다.


이 당시 학부는 철학부, 법학부, 의학부, 신학부로 나뉘는데, 이외의 학문은 전문대학에서 발전한다. 이 전통은 지금도 남아있어서 공학과 음악 등은 일반대학의 담당이 아니고 별도로 분리된 공과대학과 음악대학의 담당이다. 우리나라의 종합대학과는 차이가 있는 셈이다.


 

▲지방분권적인 대학 구조와 평준화
독일에서 민족국가는 다른 유럽 국가들에 비해 늦게 형성됐다. 따라서 독일은 지방분권적인 성향이 강하고, 이는 대학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이런 특징 탓에 독일은 대학간 격차가 작다. 프랑스 대학의 평준화를 위해 국가가 메스를 들이댔던 것과 달리 독일은 그럴 필요가 없었다. 이는 대학별로 학파가 발전하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독일 학생들은 자신이 원하는 교수에 따라 대학을 옮기기도 한다.


 

▲독일 학제의 특징
독일의 학제는 중세 시대부터 이어져온 마기스터와 디플롬이라는 학위 체제를 갖고 있다. 철학, 문학 등에는 마기스터를 경제학, 공학 등에는 디플롬이란 학위를 수여한다. 두 학위는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우리나라의 학사 과정과 석사 과정이 합쳐진 것과 유사한 제도다. 독일에는 특정한 커리큘럼을 가진 대학원 과정은 없다. 학생들은 마기스터나 디플롬 학위를 획득한 후, 교수의 지도아래 박사학위 논문을 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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