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섭 교육학과·02

보건노조 사건과 관련된 쟁점은 크게 네 가지로 정리된다.  첫째 보건노조의 학내 무단진입, 둘째 집회로 인한 소음피해, 셋째 문제를 해결하는 49대 총학생회의 모습, 넷째 이두희 전 총학 미디어국장 폭행 논란이 그것이다.

‘무단진입’과 ‘소음피해’ 문제에서 논란은 그것이 학내 구성원에게 ‘피해’를 주었다는 말로 쉽게 정리되곤 한다. 그러나 그렇게 넘겨버려서는 안될 중요한 쟁점이 그 안에 존재한다. 대학 안과 밖의 경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이며, 그 가운데서 사회적 약자와 대학이 어떻게 관계 맺을 것인가 라는 문제가 그것이다.

합법적이고 조용한 곳에서 약자들이 발언할 수 있는 영역은 매우 좁다.  그래서 약자들은 자신의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해 다소 무리가 따르더라도 ‘불법’적이고 ‘시끄러운’ 방식을 선택하곤 한다. 비오는 날 차가운 노천강당에 앉아 소리 지르고 싶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모여서 말하지 않으면 자신들의 목소리가 전달될 수 없기에 그것을 감수해야만 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다. 이런 처지에 대한 고민없이 단순히 본부의 행사 허가 여부만 고려한다면 문제를 제대로 보고 있는 것이 아니다. 합법/불법의 이분법은 강자의 논리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오히려 우리는 보건노조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옳은지 옳지 않은지부터 논의했어야 했다. ‘소음피해’의 문제도, 그것이 단순히 ‘소음’인지 아니면 사회적 약자들의 ‘비명’인지 살폈어야 했다. 그리고 우리가 함께할 수 있을 것인지, 아닌지에 대해 토론했어야 했다.

이두희 전 미디어국장의 폭행에 대해서는 보건노조의 명확한 사과가 있어야 한다. 폭행이 어떻게 이뤄졌든 폭행이 있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시에 총학의 정치적 판단도 평가받아야 한다. 총학은 엠프의 볼륨을 일방적으로 내림으로써 노조의 진입을 ‘불법’으로 규정했고, 그/녀들의 목소리를 ‘소음’으로 간주했다. 이것이 옳은 선택이었는지, 그 선택까지 충분한 토론이 있었는지에 대해 논의해야 하는 것이다.

보건노조가 학내에 진입하게 된 원인이었던 산별협약은 얼마 전 극적으로 타결됐다. 그러나 보건노조 진입 당시 열렸던 총학생회운영위원회 어디에서도, 그리고 노조의 무단침입에 대해 비판하는 글 어디에서도 보건노조가 왜 결의대회를 진행하고자 했는지, 왜 대학으로 진입했는지에 대한 진지한 토론은 찾아볼 수 없다. 학내 구성원의 피해여부에 대한 논란만 있을 뿐이다.

기본적인 토론도 없이 ‘서울대생의 명예 훼손’이라는 말을 함부로 쓰지 말자. 우리는 무엇이 명예인지, 명예가 어떻게 훼손됐는지조차 알지 못하고 있다. 고민과 토론은 지금부터다. 그 고민에 ‘서울대생의 명예’를 존중해줄 세상과의 관계에 대한 성찰이 들어가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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