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부의 미래』(앨빈 토플러,청림) - 안중호 교수(경영대 경영학과)

앨빈 토플러는 그의 전작인 『제3의 물결』, 『미래 쇼크』, 『권력 이동』에서 농업혁명, 산업혁명, 그리고 지식·정보혁명을 통한 사회변혁과 다가올 사회상을 예측해왔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그의 새 책 『부의 미래』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제3의 물결인 지식혁명에 의해 혁명적으로 창출되는 새로운 사회상을 그리고 있다. 그의 말대로 현재 지식혁명은 과거 농경사회가 산업사회로 바뀌면서 겪었던 혼란을 뛰어넘어 개인과 가정, 문화, 정치, 경제, 사회 등 모든 영역에 걸쳐 혼돈의 극치를 야기한다.

부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부를 창출하는 시스템에 변혁이 오고 있다. 이 변화는 부의 창출, 분배, 순환, 소비, 저축, 투자방식 전반에 걸친 대격변이다. 새로운 부 창출 시스템에는 돈을 지불하지 않고서도 욕구나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경제활동(prosuming, producer+consumer)과 같은 비화폐경제도 등장한다. 흥미로운 것은 저자의 부의 개념에는 돈, 자산뿐만 아니라 건강, 가족관계, 인간적인 면도 포함되는 것이다. 제3물결의 부 창출 시스템은 서비스 하는 것, 생각하는 것, 아는 것, 경험하는 것을 기반으로 한다. 그는 “새로운 부 창출 시스템은 통상적인 경제학의 틀 속에서는 이해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부의 배후에 존재하는 원칙인 노동의 분화, 에너지공급, 독특한 가족구조 등을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가 미래를 논하는 키워드는 시간, 공간, 지식이다. 이것들이 부의 혁명을 촉발하는 핵심 원동력이다. 첫 번째 원동력은 ‘시간’이다. 산업사회에서도 기업같은 효율적 조직은 시간에 바탕을 둔 경쟁체제에 익숙해져 있었지만 초고속, 비동시성, 비획일성이 지배하는 지식혁명시대에서는 시간의 개념 자체가 사뭇 다르다. 앨빈 토플러는 급속한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생기는 비동시성을 “속도의 충돌”로 설명한다. 기업은 시속 100마일의 속도로 거듭 혁신해 나가고, NGO는 나름대로 글로벌화를 시도하고 있는 반면 관료조직은 시속 30마일로 느리게 달린다는 것이다. 게다가 공장식 공교육제도는 시속 10마일로 기어가면서 미래 지식정보 사회가 요구하는 prosumer 자격을 갖추게 해주기는커녕 존재하지도 않는 직업을 위해 아이들을 준비시키는 ‘미래 훔치기’를 하고 있다.

두 번째 심층기반은 ‘공간’의 확장이다. 명목상으로는 미국 기업이지만 제조, 회계, 고객 서비스를 각각 다른 나라에서 운영하면서 전 세계의 판매망을 관리하는 것이 세계화된 기업 환경이다. 한국 황사 문제가 중국을 빼놓고 설명되지 않듯이 소위 ‘spill-over’ 효과로 고부가가치 창출 장소도 전세계적으로 순환된다. 저자는 앞으로 주목되는 부의 중심으로 아시아, 특히 중국을 들고 있다. 아시아가 갖고 있던 농업 중심의 부의 주도권이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유럽으로, 다시 미국으로 건너갔으며 또다시 지식혁명시대에 아시아로 넘어 갈 것으로 예견하는 것이다. IT의 출현과 활용의 고도화로 지식경제가 글로벌화 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혁명적 부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세 번째 동력인 지식이다. 학교에 몸담고 있는 우리가 가장 주목해야 할 분야이다. 그는 “지식의 변화는 본질적으로 만질 수 없고 볼 수 없다. 또한 추상적이고 인식적이며 일상생활과는 거리가 있어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지식의 새로운 역할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가 없으면 부의 미래를 예측할 수 없다”고 한다. 요체는 지식을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종합적으로 다루는 일이다. 지식의 지도(地圖)는 끊임없이 변한다. 여기서 우리는 크게 반성해볼 필요가 있다. 과연 현재 우리는 학문간의 경계를 얼마만큼 허물 수 있는가? 없다면 왜 그런가? 토플러의 지적대로 “여러 분야에 걸친 지식을 요구하는 직장이 늘어나면서 천문생물학자, 바이오물리학자, 환경기술자처럼 두 단어의 조합으로 나타나는 직업군들이 증가하고 있다. 신경정신약리학자처럼 3가지 전문직업이 조합된 것도 있다”. 이처럼 지식체계에서 벌어지는 지각 변동은 작업단체, 직업, 대학, 병원 및 일반 관료체계를 변화시킬 것이다. 이는 우리 대학인에게 던져주는 과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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