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지원에서 외면받는 차상위계층 학생들
장학금은 가장 절박한 이들을 위해 쓰여야

등록금 납부철이 다가올 때마다 대학생 모씨의 고민은 시작된다. “이번 학기 등록금은 어떻게 마련할까?” 매 학기 비슷한 학점에도 학기마다 장학금 수혜 여부와 액수가 달랐기 때문에, 이번 학기는 또 어떨지 가늠하기 힘들다. 수혜 내역이 떴다! 이번 학기는 수업료 면제. 이제 170만 원 가량의 기성회비는 어떻게 마련한담. 이미 몇 차례 받은 학자금 대출을 또 하려니 매월 대출금 갚기도 만만치 않다. ‘졸업 후 상환방식’으로도 두어 차례 신청해 놓은지라 더 이상은 그것도 부담스럽다. 지난 학기는 방학 내내 과외로 번 돈으로 해결했다. 이번 학기는 미처 마련하지 못했는데… 일단 분납신청이라도 해야겠다.

2006년의 캠퍼스에도 고(苦)학생들은 여전히 있다. 학교수업을 마치고 과외와 기타 아르바이트 등 ‘일자리’로 떠나는 학생들. 촘촘히 얽힌 일과 속에서 한가한 여가생활은 꿈도 못꿀 일. 시험기간이라도 되면 학업과 일을 병행해야 하는 벅찬 생활이 시작된다. 이는 등록금은 물론 자신의, 심지어는 가족의 생활비까지 책임져야 하는 일부 ‘대학생 가장’들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현실이다.

현재 서울대는 국민기초생활수급권자(수급권자)에게 학비 전액을 지원하고 있다. 이 제도로 학비를 지원 받는 학생은 약 100여 명 정도. 그러나 서울대 내에서 차상위계층(월소득이 최저생계비의 120%이하인 계층)은 여전히 학비지원을 비롯한 각종 복지혜택의 사각지대에 있다. 실질적으로 극빈층·빈곤층에 해당되나 여러 제도적 이유로 조건이 맞지 않아 수급권자 자격을 얻지 못할 경우 이들이 학내에서 학비를 보조받고 기타 복지혜택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예를 들어 거의 극빈층에 해당되는 건강보험료 납부액 1만 원대 가정의 자녀라도 수급권자에 해당되지 않으면 학교로부터 아무런 ‘확실한 도움’을 받을 수 없는 것이다.  

서울대는 지난해 2학기부터 생활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지급액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장학금제도를 개편했다. 많은 단과대학에서 가정형편을 장학금 수혜의 우선 기준으로 고려하고는 있다. 그러나 ‘가계곤란자’에 대한 뚜렷한 기준이 없고, 장학금 수혜자를 결정할 때 성적 등 다른 사항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있다. 기준 또한 단대별, 지도교수별로 뚜렷하지 않다.

물론 가계곤란자들은 외부장학금이나 학자금 대출로 등록금을 마련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학점, 출신지역 등 외부장학금의 그 깐깐한 조건들을 모두 충족하기가 만만치 않다. 학자금 대출 역시 대상자에게 다가오는 의미와 실생활에 미치는 영향에서 장학금과는 분명 다르다.

한편 연세대는 지난해 2학기부터 가계곤란장학금을 차상위계층까지 확대 지급했다. 지방세 납부료 5만 원, 건강보험료 4만5천 원 이하 가정의 자녀들에게 등록금 전액을 지원하기로 한 것이다. 이로 인해 시행 첫 학기 2천여 명의 학생들이 혜택을 받았다.

등록금 마련을 위해 방학 내내 과외를 ‘뛰어야 하는’ 학생들. 어학연수는 먼 나라 이야기고 해외여행이나 학원수강마저도 사치로 여겨지는 ‘어떤 학생들’이 분명히 있다. 가계곤란 장학금은 이를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학생들에게 돌아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학교 차원에서 가계곤란자의 범위를 건강보험료 납부액 등으로 분명히 정하고, 가정형편 이외의 조건은 최소화해야 한다. 마련된 재원이 있다면 그것이 적재적소에, 가장 절박한 이들에게 쓰일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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