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영우 외 6명 지음, 푸른역사, 1만6천5백 원, 347쪽

대한제국은 근대화의 잠재력을 가진 주체적 국가였는가, 아니면 새로운 시대의 흐름을 놓친 후진적인 국가였는가. 대한제국에 대한 상반된 평가가 국사학계에 공존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2005년 10월 한림대 한국학연구소에서는 ‘대한제국은 근대국가인가’라는 주제로 심포지엄이 열렸다. 여기서 발표된 5편의 주제발표문과 종합토론 내용 등이 한 권의 책으로 묶였다.

이 책은 대한제국이 근대화를 위해 노력했던 모습을 정치, 경제, 외교, 종교, 건축 분야로 나눠 설명한다. 각 분야의 논문은 제국주의 시대에 대한제국이 가진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대한제국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자 한다. 대한제국을 근대화에 실패한 후진적 봉건왕조로만 바라보는 것은 일제의 한반도 지배를 정당화하고, 나아가 대한민국의 정통성까지도 부정하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각은 내재적 발전론과 식민지 근대화론 사이에 많은 논란이 있는 경제 분야 논문에서 잘 드러난다. 「대한제국의 경제개혁사업과 재정상황」은 대한제국이 세계 열강의 침략과 방해로 근대화 정책을 성공시키지는 못했지만, 근대화에 필요한 재정을 확충하기 위해 근대적 토지문서인 지계를 발급하고 활발한 양전사업을 진행했던 점에 주목한다. 근대화 정책에는 황제 독재적 성격, 중소 상공업자를 억압하는 요소 등의 한계가 있지만, 확충된 재정을 바탕으로 대한제국이 시도했던 부국강병과 산업진흥 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국가론적 성격에서 본 대한제국의 성격」은 당시의 정치세력 분석을 통해 대한제국의 성격을 설명한다. 대한제국은 보수파(위정척사파)나 급진파(급진개화파)가 아닌 중도개혁파(온건개화파)가 지배층이었다는 점에서 전통과 근대를 절충하는 중도적 정권이었다는 것이다.

이밖에 「도면자료로 본 대한제국의 한성부 도시·건축」은 당시 관아·궁궐·도로 등 건축양식의 변화를 도면과 표를 통해 시각적으로 보여주고 있어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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