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식(자연대 교수, 물리·천문학부)

국내박사를 적극 임용해 자신만의 학문 만든 일본

70% 정도의 교수는 국내박사로 이뤄져야

서울대 물리학 전공 교수들의 박사학위 취득 대학을 살펴보면 1970~1990년대에 임용된 29명 중 국내박사는 1명에 불과하지만, 2000년대에 와서 임용된 10명 중 국내박사는 5명이다. 이와 같은 국내박사임용비율의 비약적(?) 증가추세는 인접학문 분야 및 다른 대학들에서도 관찰된다. 과연 우리나라의 장래를 위하여 바람직한 국내파/해외파 교수의 비율은 어느 정도일까?

국내 학문이 국제 경쟁력을 가지는 데 있어서 국내파 교수가 유리한가, 해외파 교수가 유리한가? 여기서 한번 세계의 학문 지도를 살펴보는 것은 이 문제에 대한 우리 생각을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현재 세계 학계는 분야에 따라 차이는 있으나 크게 보아 유럽, 미국, 일본의 3자 구도이다. 유럽-미국은 궁극적으로 같은 문화권이라고 보면 일본이 유일하게 유럽-미국의 학문 축에 대립각을 세우는 데 성공한 나라가 된다. 일본의 교수진 구성을 살펴보면 일견 폐쇄적으로 보일 정도로 일본박사 일변도다. 최근에 와서 외국인 교수들이 가끔 눈에 띄지만 지난 100년 동안 일본은 교수진을 구성할 때 철저하게 일본박사에 의존했고 이들이 배수진을 치고 열심히 연구하여 구미와는 다른 학문의 뿌리를 내리는데 성공했다. 참고로 일본의 노벨과학상 수상자 9명 중 1명만 빼고는 모두 일본 국내박사이며, 앞으로 일본은 50년 안에 노벨과학상 50명을 배출하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다.

만약 일본이 교수 채용에 있어서 해외박사에 의존했더라면 어떻게 됐을까? 설사 일본인들이 해외유학을 많이 갔다는, 사실과는 정반대의 가정을 하더라도 지금같이 학문의 뿌리를 내리기는 힘들었을 것이라는 것이 필자의 소견이다. 유학파는 본국에 돌아와도 해외에 있는 자기 학문의 뿌리에서 벗어나기가 힘들고 따라서 단기적 성과는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장기전에는 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자기 나라에서 박사를 하고 본국 또는 해외에서 박사 후 과정을 이수하면 자기 뿌리를 유지하면서 다른 분야의 영양분도 섭취할 수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유리하다.

그러면 우리처럼 해외 유학생 수가 많은 처지에서는 어떤 모델이 바람직한가? 필자는 조교수·부교수 급은 국내박사로 주로 충당하여 세계적인 학자로 뻗어나가게 지원하되, 해외파는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경우에 한하여 좋은 조건으로 정교수로 채용하는 것이 최적의 방법일 수 있다고 생각해왔다. 

우리나라가 매우 취약한 학문 분야는 어떨까? 그 분야를 ‘제대로’ 전공한 유학파 박사를 데려와서 ‘빨리’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좋지 않을까? 여기에 대해서도 필자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아직까지도 경쟁력 있는 국내박사를 길러내지 못하고 있는 학문분야라면 학생 탓, 여건 탓하면서 노력을 하지 않은 분야일 가능성이 높으므로 상당부분 도태되는 것이 마땅하다.

국가경쟁력을 위하여 결국 교수진은 주로 국내박사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에 대하여서는 ‘기러기 아빠’ 교수들조차도 대부분 찬성하는 듯싶다. 국내박사/해외박사 비율은, 많은 학문분야에서 70대 30 정도가 최적점일 수 있다는 것이 필자의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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