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성 법학부ㆍ04


최근 논술 비중 확대와 내신ㆍ수능성적의 실질반영률 축소를 골자로 하는 2008학년도 입시안이 발표됐다. 이에 주요 언론은 기다렸다는 듯 ‘사교육 부활’과 같이 다분히 자극적인 내용의 보도를 쏟아냈다. 그러나 언론보도에서 상황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을 찾아볼 수 없어 우려스럽다.

대학입시‘시장’은 과도한 ‘수요초과 시장’이다. 들어오려는 사람은 많고 정원은 한정돼 있어 필연적으로 치열한 경쟁이 발생한다. 경쟁에서 가장 중요한 조건은 ‘공정성’일 것이다.

적어도 현재 수학능력시험(수능)은 이러한 경쟁시장에서 그 사람의 ‘값’을 매기는 가장 ‘정량적’인 지표이다. 비록 그 사람의 모든 가치를 정확하게 나타내긴 어렵겠지만 이는 경쟁시장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문제다. 더구나 그 시험의 정보는 많은 기출문제와 예상문제로 인하여 거의 모든 이에게 공평하게 공개되어 있다. 접근가능성과 시험의 객관성이 이만큼 보장되어 있는 시험은 흔치 않다. 비교집단이 기껏해야 그 학교 학생에 불과한 내신과 비할 바가 아니다.

그러나 교육부는 이러한 사실 자체를 부정하는 듯한 태도를 보인다. 그 경향은 학생의 인성을 평가한다는 미명 하에 평가요소를 불확정요소로 확장시키고 내신을 중시하며 수능을 쉽게 출제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으로도 부족하여 수능을 ‘줄 세우기 도구’로 폄하하여 철저한 등급제로 애써 그 자의 눈금을 뭉뚱그리려 하는 데에서 극적으로 나타난다.
결국 각 대학들은 이 치열한 경쟁시장에서 각 ‘상품’의 가치를 판단하기 더욱 어려워지고, 그들 나름대로의 가치평가 기준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지만 교육부는 이에 대해서까지 3불정책을 들어가며 애써 막고 있다.

교육부는 교육의 경쟁을 인정하고 평가기준의 정확성과 엄밀성을 추구하여야 한다. 객관적인 지표를 뭉뚱그릴수록 입시의 혼란은 가중된다. 이는 궁극적으로 핵심정보에 대한 접근에서 불균등을 불러오게 되며 교육부가 그토록 두려워하는 사교육의 심화를 불러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짙은 안개 속에선 안개등(燈) 업자의 이익과 길 옆의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사람만 늘어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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