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서평 『과학의 최전선에서 인문학을 만나다』, 『인문학의 창으로 본 과학』 외

한국의 인문계 고등학생 대부분은 어린 나이에 인생의 중요한 선택을 해야 한다. 문과생이 되거나 이과생이 돼야 하는 것. 이때부터 학생들은 문과와 이과라는 틀에 자신을 고정시켜 간다. 대학생이 돼서도 인문학과 자연과학은 서로 관련이 없는 것처럼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과학사, 과학철학, 인지과학 등 많은 부문에서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만남이 점점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최근 발간된 『과학의 최전선에서 인문학을 만나다』(존 브룩만 엮음, 도서출판 소소)와 『인문학의 창으로 본 과학』(김용석 외 지음, 한겨레출판)이 이런 흐름을 반영하고 있다.

『과학의 최전선에서 인문학을 만나다』는 인문학적 연구주제와 자연과학적 연구방법의 만남을 제안한다. 그동안 추상적이었던 인문학 연구자세는 비판받아야 하며 인문학도 자연과학과 같이 객관적인 자료를 토대로 구체적인 연구결과를 내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 예로 제1장 ‘왜 유럽과 아시아가 세계를 지배했는가’를 쓴 제레미 다이아몬드 교수(UCLA대 지리학과)는 서로 다른 진화의 역사를 밟아 온 각 대륙의 역사를 분자생물학, 동식물발생학, 생물지리학, 고고학 등을 통해 분석한다.

유럽으로 대표되는 구대륙이 아메리카로 대표되는 신대륙을 정복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전염성이 강한 유럽의 병균 때문이었다. 유럽 사람들과 달리 구대륙의 병균에 면역력이 없었던 아메리카 사람들은 유럽의 병균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아메리카에는 왜 유럽보다 강한 병균이 없었을까. 다이아몬드 교수는 신대륙보다 구대륙에서 먼저 사람과 가축이 정착해 구대륙의 병균 진화가 신대륙보다 빨랐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구대륙은 가로로 긴 지형이라 사람이 살기 적합한  위도 지역이 넓어 짧은 기간 동안 많은 사람과 가축이 정착할 수 있었다. 그러나 신대륙은 세로로 길어 위도가 조금만 달라져도 기후가 변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적은 사람과 가축이 정착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연구는 자연과학적 방법을 이용해 인문학적 주제를 더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설명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인문학의 창으로 본 과학』도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교류를 시도한다. 10인의 자연과학자들이 10인의 인문학자들을 자신의 연구소로 초대해 나눈 대화는 예상 외로 성공적이다. 뇌과학과 철학, 수학과 미술사학 등 서로 연관성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두 분야의 학자가 만나 예상치 못했던 곳에서 접점을 찾는다. 인간 마음을 연구할 때 뇌과학 연구 또한 필요하다는 것, 예술 작품의 아름다움과 유클리드 기하학 사이에는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 등이 그 예다. 책머리에 밝히고 있듯 ‘과학은 인문학을 풍부하게 하고, 인문학은 과학의 길잡이 역할을 하므로 두 학문은 상호보완적’인 것이다.

최재천 석좌교수(이화여대 생명과학전공)는 그의 저서 『대담』에서 “인문학과 자연과학을 서로 다른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구시대적 발상”이라고 했다. 두 학문이 대상으로 삼고 있는 인간, 자연, 사회는 무 쪼개듯 두 부분으로 나누어질 수 없다는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도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교류가 더욱 활발히 일어나 우리의 학문적 시각과 지적 영역이 더욱 넓어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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