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건제’라는 단어는 지역․시기마다 다른 의미로 쓰인다. 서양사에서 봉건제는 일반적으로 봉토를 매개로 계층 간에 주종관계가 성립되는 제도를 뜻하고 중국사에서는 고대의 군현제도를 뜻한다. 하지만 정작 한국사에서 봉건제는 두 뜻이 혼용돼 통일성 없이 쓰이고 있다.

이처럼 한국사를 둘러싼 애매한 역사용어를 한 권의 책에 정리하기 위해 지난 7월 역사학계 교수들이 ‘역사용어사전 편찬팀’(편찬팀)을 꾸렸다. 편찬팀은 최갑수 교수(서양사학과), 이상찬 교수(국사학과)외 연구원 4명과 연구보조원 6명으로 구성돼 있다. 역사용어사전 편찬사업은 학술진흥재단의 인문․사회 토대연구분야 기초연구과제로 선정돼 앞으로 3년간 총 8억7천만원의 예산을 지원받는다.

사전을 편찬하는 기초 작업으로 편찬팀은 먼저 역사학계의 중진 교수 12명을 선정해 편찬팀 소속 연구원과 함께 항목선정위원회를 만들 계획이다. 이 위원회는 사전에 실릴 역사용어를 5차례에 걸쳐 선정한다. 이후 선정된 역사용어의 항목에 따라 관련 역사학계 교수들이 편집위원회를 구성하고 사전을 집필한다. 사전에는 ‘씨족제도’같은 일반적인 용어 외에도 ‘프랑스혁명’과 같이 주요한 역사적 사건이 실린다. 또 한국사뿐 아니라 동․서양 역사용어까지 포괄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오는 2011년 여름 200자 원고지 1만5천 매에 달하는 한 권의 역사용어사전이 출판될 예정이다. 최갑수 교수는 “이 사업은 해방 이후 60년간 축적된 한국 역사학의 연구성과를 집대성하는 의미가 있다”며 “역사용어사전을 기초로 십여 권에 달하는 역사사전을 편찬하는 큰 그림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편찬팀은 언어학과 역사학계 교수들의 연구성과를 공유하기 위해 역사연구소와 공동으로 ‘역사용어사전 집담회’를 개최한다. 지난 15일(금) 인문대에서 열린 제1차 집답회에서는 홍재성 교수(불어불문학과)가 ‘사전이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다. 이번 첫 집담회는 사전 편찬 경험이 풍부한 홍 교수에게 사전 편찬에 대한 기초지식을 들을 수 있는 기회였다.

총 13회의 집담회 중 3회로 예정된 사전학 집담회에서는 사전학계 권위자들이 강연한다. 내년 초부터는 사전을 집필할 학자가 비교사를 주제로 10차례 집담회를 연다. 최갑수 교수는 “사전 편찬 경험이 풍부한 일본 학자 등 다양한 학계 인사를 초청할 계획”이라며 “수차례의 집담회를 통해 역사용어사전 편찬에 학계의 역량을 총동원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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