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방과 제국, 한․미관계의 두 신화』발간 인터뷰

한․미 자유무역협정(한․미 FTA), 전시작전통제권(작통권) 환수, 북핵과 이라크 파병까지 한국의 주요 문제는 항상 미국과 연결돼 있다. 미국은 때로는 ‘우방’의 모습으로, 때로는 ‘제국’의 얼굴로 한국사회에 영향을 미쳐왔다. 한․미관계에 대한 관심이 고조된 지금, 역사자료 속에서 한․미관계를 살펴보는 『우방과 제국, 한․미관계의 두 신화-8.15에서 5.18까지』(『우방과 제국』)가 발간돼 주목받고 있다. 이 책의 저자 박태균 교수(국제학과)를 만났다.

박 교수는 『우방과 제국』에 대해 “1945년부터 1980년까지의 한․미 관계를 실증적으로 분석한 책”이라고 정의했다. 지금까지 한․미관계를 종속관계, 후원자와 피후원자의 관계, 신식민지와 제국주의의 관계 등으로 보는 이론은 많이 제기됐지만 정확한 실증자료에 근거한 경우는 드물었다. 그는 “한국사회에서 한․미관계를 이해하는 두 가지 주요 틀이 모두 편향됐다”며 뉴라이트와 진보진영 모두에 일침을 가했다. 박 교수는 “양 쪽 모두 정확한 자료를 토대로 실증적인 연구를 하기보다 미국의 정책을 자기중심적으로 해석한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작통권 환수 문제를 예로 들어 “작통권 반환 문제는 미국이 1990년대 초부터 이미 고려해왔던 것”이라며 “굳이 자주권 확보 등의 명분을 들어 한국이 먼저 문제제기할 필요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가관계에서는 먼저 요구한  쪽이 불리한 입장에 놓이게 된다”며 “우리 스스로가 칼자루를 미국에 쥐어준 셈”이라고 비판했다.

기존의 한․미관계 연구가 미국의 일방적인 힘의 방향에 대해 주목한 것과 달리 『우방과 제국』은 한국 내부의 대응에 초점을 맞췄다. 박 교수는 “1952년 계엄 시 이승만 정부가 국회의원을 구속하자 ‘이는 비민주적인 일’이라며 유엔과 미국이 석방을 요구했으나 이승만은 전쟁 중에 미군이 철수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이용해 이를 거부했다”며 “한국 정부의 이런 벼랑 끝 전술이 미국의 대(對)한전략을 설득과 협박으로 일관하게 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한미관계는 미국과 일본이 상호 협의를 통해 동반자 관계로 발전한 것과 대조적이라는 분석이다. 이어 그는 “한국사회가 일찍 민주화됐다면 세계 여론을 중시하는 미국이 섣불리 한국에 개입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미국이 한국사회에 과도하게 개입할 수 있었던 이유를 한국 내부의 문제에서 찾았다. 그는 “인도는 경제 발전이 늦었지만 민주주의를 확립했기 때문에 미국의 힘이 크게 미치지 못했다”고 말했다.

『우방과 제국』의 키워드는 과거 한․미관계를 통한 ‘학습효과’다. 1970년대 부임한 주한미국대사가 당시의 한․미외교에 1952년 부산정치파동을 참고했을 정도로 미국은 과거 한․미관계에서 학습효과를 얻어 현실에 대처했다. 그러나 한국이 한․미관계에서 얻은 학습효과는 미미했다. 박 교수는 “베트남 파병에서 박정희 정부가 기대했던 정치․외교적 이익은 얻지 못했던 사실을 고려했다면 현 정부가 대규모의 군대를 이라크에 보내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 정부는 과거의 교훈을 통해 명분없는 파병으로는 이익을 얻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 책을 쓰면서 상호신뢰가 구축되지 않은 오늘날의 한․미관계는 사상누각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무조건적으로 한․미관계를 신뢰하거나 경계할 것이 아니라 미국의 전략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에 대해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특히 그는 한․미 FTA를 비롯한 한․미 간 현안에 대해 “역대 정권의 밀실 전략을 반복할 것이 아니라 국익에 대한 국민의 광범위한 공감대를 이뤄낸 후 풀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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