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정원을 제한해야 한다?

“독일의 학생들은 인생의 중요한 부분을 뺏기고 있다”

 


2002년 자르란트주의 메르찌히에서 열린 ‘8년제’ 김나지움의 도입을 위한 행사에서 헤르초크 자르란트 주지사는 대학에 입학하기까지 교육기간이 너무 길다는 것을 꼬집으며 이렇게 말했다.

 


독일 학생들은 만 6세에 초등교육기관인 그룬트슐레에 입학해 김나지움에서 9학년을 거친다. 한국보다 1년 더 긴 13년을 공부하는 셈이며, 졸업시험인 아비투어를 보고 대학에 입학한다.

 


우수한 학생들은 11년 반만에 아비투어를 볼 수 있도록 베기스(BEGYS 김나지움 영재교육)라는 프로그램이 도입되는 등 중등교육기간을 단축하려는 시도가 있다.
독일 대학은 김나지움 12, 13학년에서 학생들이 선택해서 배운 교과목 중 최소 8개 교과목의 내신 성적과 13학년 3~5월에 치르는 아비투어 성적을 요구한다. 아비투어 문제는 주어진 자료나 텍스트를 분석하여 논술하는 주관식으로 출제돼 학생들의 창의적이고 논리적인 사고 능력을 평가한다.

 


독일에는 우리나라와 같은 입시경쟁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대부분 대학 정원이 없으며, 법학, 의학 등 정원제한이 있는 학과도 아비투어 이외에 거주지 학생 우선 선발, 주(州)별 학생 할당, 장애자 우대, 입학 대기기간 등을 고려해 대학생들을 선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많은 학생들이 대학 대신 실업학교인 레알슐레나 종합학교인 하우프트슐레에 진학하여 바로 취업한다. 나중에라도 대학에 입학하고 싶으면 야간 김나지움이나 야간 레알슐레를 다니며 중등학교과정을 졸업하고 아비투어를 준비할 수 있다.

 


그러나 요즘 독일 고등학생들은 긴장하고 있다. 아비투어만으로 대학 입학이 결정되는 것에 대해 일부 대학들이 “입시를 통해 대학간 경쟁을 유도해야 미국의 하버드나 MIT 같은 세계적인 대학이 나올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베를린자유대 외국인 담당처 기비안 소장은 “대학이 선발과정을 수행할 여력이 없고, 대학이 맡게 되면 비리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에 대부분 교수들이 반발하고 있다”고 반박한다.

 


그동안 의대, 공대 등 실험을 요하는 학과에만 인원제한이 있었으나 대학생 수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인원제한을 그밖의 학과에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정원이 차서 그 해 진학하지 못하면 대학에 자리가 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시험만 다시 안보는 ‘재수’인 셈이다.

 


헬무트 슈미트 총리의 사회민주당(SPD) 정부가 75년 내걸었던 ‘교육기회의 평등’이라는 슬로건이 ‘학력 저하’라는 벽에 부딪히면서 독일은 ‘경쟁’이라는 재도약을 시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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