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진정한 ‘시민’의 양성

독일 대학은 변하고 있다. 그러나 여러 변화의 물결 속에서도 그들의 교육 방식은 바뀌는 것보다 바뀌지 않는 것이 많다. 이번 호에서는 독일대학 교육의 특징과 변화를 살펴본다.


마기스터, 디플롬, 국가 고시


졸업율이 50%가 안 될 정도로 독일 대학을 졸업하기는 어렵다. 또 일본이나 영국의 평균 사회진출 연령이 23세인 데 비해 독일은 27.9세가 돼서야 사회에 진출한다.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초ㆍ중등교육이 13학년제로 1년 길다. 독일에서는 인문학, 지리학, 인류학, 고고학 등은 ‘마기스터(Magister)’를 사회과학, 공학, 경제학 등에서는 ‘디플롬(Diplom)’을 수여한다. 이들은 6년에 해당하는 우리의 학부와 석사과정이 합쳐진 것이지만 평균 13, 14학기 정도가 걸린다. 5, 6학기쯤에 필기겚링Î 시험으로 구성된 중간시험을 치러야 한다. 사실상 중간시험을 마치는 것이 학사과정 정도의 수준인 셈이다. 법학, 의학 과정의 수업 제도도 이와 비슷하며, 학위대신 국가 공인 자격증을 부여하는 점이 차이다. 졸업이 즉 고시합격이 되는 셈이며, 졸업 점수는 이후 직업을 선택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친다.

 


대학 졸업이 석사학위에 해당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50%가 안 되는 대학졸업율은 그렇게 낮은 편만은 아니다. 그러나 110여 개의 학과를 가진 훔볼트대에서 13개 학과가 학사 혹은 석사과정을 마련하는 등 최근 세계화에 대응해 각 대학은 새로운 학제를 도입하고 있는 상황이다. 베를린훔볼트대 대학개혁부 메를멘 실장은 “마기스터 과정을 기계적으로 반으로 잘라 학사과정을 만들 수는 없다”며 체계적인 제도 연구가 필요함을 지적한다.

 


졸업하려면

마기스터 과정에서는 만만치 않은 수준의 부전공을 요구한다. 학생들은 반드시 본 전공 부담에 달하는 수준의 부전공을 하나 혹은 그보다 작은 부담의 부전공 2개를 선택한다. 베를린자유대 한국학과 강사 이재영씨는 “학생들이 다양하게 공부할 수 있고, 인기학과가 아니더라도 공부하려는 학생들이 생기게 된다”고 말한다. 우리나라처럼 경영, 경제 등 실용적인 분야를 부전공으로 택하는 학생도 많다.

 


또 실습이 필수다. 뮌헨공대의 학생들은 뮌헨시에 있는 지멘스나 BMW 등의 기업에서 보통  6개월 정도 기업 인턴을 경험한다. 이는 인문사회계도 마찬가지로 훔볼트대에서 정치학을 전공하는 메를은 정치학과 졸업규정을 충족시키기 위해 자민당(FDP) 학생위원회에서 일했다. 실습은 이후 직장에 취직할 때에도 중요한 고려요소여서 학생들에게 중요한 기회이며, 사회는 우수한 인력을 쉽게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익이다.  

 


졸업 시험은 논문과 구두시험으로 치러지는데, 졸업 자격이 되는 학생은 원하는 교수를 정하고 2~3개월 전 그 교수와 면담을 한다. 문제는 학생이 자율적으로 제안하는데, 교수는 이 문제를 그대로 수락하거나 문제가 쉬울 경우 다른 문제를 더 요구할 수 있다. 졸업 논문과 구두시험에 평점을 매기는 점도 우리와의 차이다.

 


토론식 수업, 강의식 수업

독일은 TV 프로그램부터 토론이 많다. 이를 증명이라도하듯 독일 대학에서 가장 중요한 수업은 세미나다.

 


세미나는 라틴어의 씨앗에 해당하는 Seminarium이라는 단어를 어원으로 가진다. 학기 말쯤, 다음 학기 세미나 준비 사항이 곳곳에 게시된다. 다음 학기부터 개강하자마자 학생들의 발표가 시작되기 때문에 학생들은 방학 중에 미리 발표를 준비해야만 한다. 교수들은 잘못된 지식에 대해서만 지적할 뿐, 주제를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 나가려고 노력하지는 않는다. 일부 학생들은 세미나 중에 음식을 먹기도 하며, 맥주를 마시기도 한다. 심지어는 뜨개질 등의 소일거리를 하면서 토론을 하는 학생도 있다. 수업 인원이 적지 않은 경우도 있는데, 일부 수업에서는 50명 가량의 학생들이 참가해도 토론이 이루어지고 있다. 수업에서 한 마디라도 하기 위해서는 학생들은 미리 준비를 해야만 한다. 수업에 관련한 기본적인 사항이나 지식은 대부분 학생들 스스로 준비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한 학기에 2개 정도의 세미나를 하는 것도 그리 만만한 분량이 아니라고 학생들은 말한다.

 


세미나를 마친 학생들은 발표한 내용을 갖고 상당한 분량의 논문을 써서 ‘씨앗의 열매’를 맺는다. 독일에서는 학점을 학교 측에서 전산처리하거나 자료로 모으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과 교수 간에 증명서를 주고받는 것으로 끝나기 때문에 논문이 마음에 들 때까지 기다렸다가 수업이 끝나고 몇 학기가 지난 후 학점을 부여하는 일도 많다. 기록이 없기 때문에 성적증명서는 “불났을 때 가장 먼저 갖고 나와야 하는 것”이라고 한다.

 


강의식 수업인 포어레중은 독일어로 앞이라는 뜻의 vor와 읽기라는 lesung이 합쳐진 말이다. 학생들은 지도교수와 세부 학문 분야를 선택하기 위해 포어레중을 수강한다. 여기에서 교수들은 학문의 최신 동향이나 자신의 연구를 설명하는 경우가 많아 박사과정에 있는 학생이나 심지어 다른 교수들이 수업에 참가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교육 제도도 최근 변화의 흐름에 직면하고 있다. 비루스 교수(뮌헨대ㆍ독문학)는 하버드대처럼 핵심교양을 도입하자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한다. 또 독일대학도 이제 일정한 커리큘럼을 짜서 학생들을 가르쳐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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