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를 맞아 기업들은 갑작스런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이공계 분야의 인력을 대폭 감원하였다. 또 평생직장의 개념이 무너지면서 이공계 분야 직장의 안정성이 흔들리게 되었고, 이로 인해 청소년들의 이공계 기피현상이 일어나 우리나라 산업발전에 적신호가 켜졌고 서울대의 이공계 단과대들도 큰 위기를 맞게 되었다. 본고에서는 이공계 기피현상과 관련하여 서울대 이공계 단대들이 당면한 문제들을 살펴보고 그 해결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이공계 관련 단대들이 당면한 가장 큰 문제는 신입생의 학력 저하이다. 공대의 경우, 과거에는 자연계 수능응시자 중 수능성적 상위 1% 이내의 학생들만 입학할 수 있었던 것이 지금은 10% 수준까지 떨어졌다. 그 이유는 자연계의 우수학생들이 의, 약학계 등 직업의 안정성이 높은 분야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서울대의 이공계 학사과정을 마친 우수학생들이 서울대의 이공계 대학원에 많이 진학하지 않는 것을 들 수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이공계 대학원을 나오더라도 산업체에서 높은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기 때문이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서울대 이공계 대학 졸업생의 경쟁력은 국내 타대학의 추종을 불허했지만, 근래에는 상위 3∼4개 대학과 비슷한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뿐만 아니라 일류기업들의 외국대학 졸업생 선호 경향은 서울대 졸업생의 경쟁력을 상대적으로 더욱 저하시키고 있다. 이로 인해 서울대의 우수한 학부 졸업생들은 외국의 대학으로 유학을 떠나고 있다. 여기서 간과할 수 없는 점은 서울대에서 이공계 분야 교수 채용 시 서울대 박사학위 소지자를 거의 채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리가 교육한 졸업생을 우리가 채용하지 않는데 우수한 학사과정 졸업생이 서울대 대학원에 진학하지 않는 것은 당연한 결과라 하겠다.

 

 

서울대 교수 채용에서조차 서울대 공대 외면

뚜렷한 교육 목표와 학습성과 평가 필요


 

그렇다면 ‘서울대는 교육을 잘 시키고 있는가’, ‘산업체가 원하는 인재상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있는가’, ‘서울대 졸업생의 부족한 점은 무엇인지 파악하고 있는가’ 등의 질문을 던져본다. 서울대는 그동안 재학생의 교육, 특히 학부과정 학생의 교육에는 큰 관심을 갖지 않았다. 그간 서울대 졸업생이 사회에서 인정받았던 것은 대학교육의 결과가 아니라 입학생이 우수하였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현재 서울대 교수의 교육업적 평가방법을 보자. 책임시간을 채우고 적당한 수의 석[]박사를 배출하면 좋은 평가를 받도록 되어 있다. 새로운 교육방법을 적용하거나 강의 평가를 통한 교육개선을 시도하는 등 교육의 질을 개선하려는 노력은 평가대상이 되지 않는다. 교육의 질이 높아질 리 만무하다.

 

 

서울대 이공계 대학의 각 학과에는 문서화된 교육목표와 졸업생이 갖추어야 할 학습성과가 설정되어 있지 않다. 또 졸업생에 대한 학습성과 평가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렇게 목표도 없고 결과 평가도 없는 상황 속에서는 교육 개선이 이루어질 수 없다.

 

 

미국의 명문 공대에서는 연구 못지않게 교육을 중시하고 있다. 철저한 강의평가가 이루어지고 그 결과가 교육개선으로 이어진다. 교육목표가 상세하게 설정되어 있고 졸업생의 질 관리가 철저히 이루어지고 있다. 그리고 미국 공학교육인증원의 인증을 받고 있다.

 

 

우수 이공계 대학생에 대한 장학금 지원이나 병역면제로는 우수인력의 이공계 기피현상을 해결할 수 없다. 이공계 교육혁신을 통하여 이공계 출신이 국제 경쟁력을 갖추게 하는 것이 유일한 해결방안이다. 신입생의 질이 낮아졌다고 불평만 할 것이 아니라 그동안 등한시해왔던 교육을 미국 등 선진 외국수준으로 개혁한다면 우수한 청소년이 다시 돌아올 것이다.

 

한송엽

공대 교수, 전기컴퓨터공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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