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호 속의 경종』(유용태 지음, 휴머니스트) 저자 인터뷰

동아시아 각국의 역사인식을 비교ㆍ분석한『환호 속의 경종』이 발간됐다. ‘20세기 중국: 혁명의 의미를 다시 묻는다’, ‘중화의 논리, 제국의 논리: 동아시아의 곤경’, ‘비교의 지역사: 동아시아를 위한 변호’ 등 총 3부로 구성된 이 책은 베트남 전쟁, 일본의 역사 교과서 문제 등 동아시아 각국의 문제를 비교?분석했다. 이 중에서도 동북공정과 비교 지역사 연구에 관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저자 유용태 교수(역사교육과)를 만났다.


◆동북공정 논리의 근거를 중화민족론과 관련해 설명했는데?=한국사 중심으로 동북공정을 보면 한반도를 통일했을 때의 조선족 문제 등 한ㆍ중 사이의 정치적 문제를 생각하는 데 그치게 된다. 그러나 동북공정은 보다 거시적으로 봐야 한다. 동북공정을 주도한 중국사회과학원 변강사지연구센터는 위구르, 티베트 등을 자국의 역사로 편입하기 위해 서북ㆍ서남 공정도 함께 추진했다. 중국의 변강(邊疆)사업은 ‘현재 중국영토 내의 모든 민족은 중화민족이며 그들의 역사는 모두 중국사’라는 중화민족론을 배경으로 한다. 이는 전체 중국영토의 60%를 차지하는 소수민족 거주지역의 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것으로, 밖으로 팽창하기 위한 공격이 아니라 자국의 영토를 지키기 위한 방어다. 그동안 중국은 제국주의 침략과 제2차 세계대전으로 인한 위기의식을 이용해 소수민족의 독립을 막아왔다. 그러나 탈냉전으로 더 이상 소수민족을 중국 내로 끌어들일 명분이 없어지자 1978년 이후 소수민족의 독립을 막기 위해 그들의 역사를 중국사로 편입하려는 것이다.


◆이런 중국의 주장에 대해 역사학자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고구려는 당연히 한국의 역사다. 역사학계에서는 확실한 근거가 없으면 기존 설을 뒤집을 수 없다. 중국 정사(正史)에는 고조선-고구려-고려-조선으로 이어지는 계승관계가 확실히 나와 있다. 그런데 중국정부는 ‘정사가 봉건적 의식에 의해 잘못 쓰였으므로 인정할 수 없다’며 정확한 이유 없이 자신의 사료를 부정하고 있다. 역사학이 정치수단으로 전락한 셈이다. 그러나 동북공정에 반대하는 중국학자도 많다. 대다수의 역사학자들은 동북공정을 정치적 산물로 여길 뿐 학술연구의 결과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서방역사학계는 중국의 변강사업에 대해 ‘몰(沒)역사적 견해’라고 비판한 바 있다.


◆동아시아 비교 지역사란 무엇인가?=‘중국의 혁명이 한국과 베트남에 미친 영향’처럼 동아시아 국가 간 상호 관계를 이해ㆍ연구하는 것이 비교 지역사이다. 이를 통해 국수주의적일 수 있는 일국사 중심의 연구를 넘어 역사의 참모습을 효과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동아시아 각국은 지리적으로 가깝고 비슷한 점이 많지만 예로부터 교류가 적었다. 그러나 제국주의가 침략하자 공동운명체로서 함께 저항하면서 긴밀한 관계를 이뤘다. 냉전시기에는 두 축으로 나뉘어 대립해 왔다. 냉전이 끝난 지금에야 동아시아를 하나의 연구단위로 볼 수 있는 조건이 형성됐다. 이전까지 동아시아 역사는 유럽중심주의와 중화주의, 오리엔탈리즘 등의 시각 때문에 세계사의 한 부분으로서 온전한 가치를 평가받지 못했다. 그 예로 그동안 설득력을 인정받아 온  유교자본주의론은 서구의 학자가 유교와 집단공동체 문화를 자신의 논리에 맞춰 단순화한 것에 불과하다. 동아시아 비교 지역사 연구는 유럽 중심의 세계관을 극복하고 동아시아 역사의 문제를 균형있게 보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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