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심리적 특성을 가진 사람이 똑똑한’intelligent’ 사람인지에 대한 인식은 사회마다 서로 다르게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서구 사회의 경우 새로운 것에 대한 학습능력이 뛰어나고 학습한 것을 실제에 적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사람이 똑똑한 사람이라고 인식된다고 한다. 반면에 동양 사회에서는 이러한 지적능력뿐만 아니라 타인과 적절한 사회적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능력, 자신의 의견을 설득적으로 개진할 수 있는 능력,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자신의 행동을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 똑똑한 사람으로 인식된다고 한다.

 

한 사회 내에서도 똑똑한 사람에 대한 규정은 서로 다르게 나타남을 볼 수 있다. 학교라는 사회에서 인정되는 똑똑한 사람은 구조화된 내용을 혼자서 성공적으로 학습하고 이를 잘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기업이라는 사회에서 인정되는 똑똑한 사람은 다른 사람들과 협력적인 관계와 자기결정력 등을 통해 새롭게 주어진 과제를 성공적으로 해결해 내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본교에 입학한 새내기들에게 대학에 와서 새롭게 경험한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 경우 농담반 진담반으로 “똑똑한 학생이 너무 많아요”라고 대답하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반면 기업에 있는 인사담당 직원에게 서울대학생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는 경우 난처해 하며 “기업조직 내에서 리더로서의 역할을 기대하기가 힘든 면이 있습니다”라고 대답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왜 이러한 차이가 나타나는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나름대로의 답을 찾기 위해서는 우리 학생들의 똑똑함을 규정하는 특징들이 무엇인지에 대해 한번쯤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 학생들의 똑똑함은 학습과 기억능력을 중심으로 한 지적인 똑똑함, 이미 구조화된 내용을 ’혼자서’ 소화해 낼 수 있는 능력으로서의 똑똑함이 아닌가 생각된다. 하지만 사회에서 요구되는 똑똑함은 다른 사람과 협력적 관계를 형성하고, 적절하게 자신의 의견을 설득적으로 제시하며, 상황에 따른 자기결단에 의해 도전적으로 제기되는 문제들을 적극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아닌가 생각된다.

 

수업시간 중에 나는 학생들에게 종종 질문을 던지곤 한다. 그리고 가능한 한 학생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할 때까지 인내를 가지고 기다리려고 한다. 하지만 질문을 명확하게 제시하지 못해서인지, 아니면 ’익은 벼는 머리를 숙인다’는 옛 속담의 영향인지 몰라도 자신의 생각을 적극적이고 설득적으로 개진하는 학생들을 보기가 어렵다. 이러한 수동적인 태도로는 자기라는 우물 안에 갇혀 있는 ’홀로’ 똑똑이를 벗어날 수 없다. 자기 자신의 생각과 경험을 타인과 공유하는 적극적인 노력과 모습을 갖지 않고서는 타인들이 같이 일하고 싶어 하는 ’함께’ 똑똑이가 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함께’ 똑똑이가 되기 위해서는 나만의 우물로부터 벗어나는 경험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학교공동체 내에서 다른 사람들과의 사회적 관계를 보다 적극적으로 만들어 가려는 노력을 지금부터, 내가 주인이 되어 시작해야 할 것이다.

 

오늘도 대학공동체의 한 구성원으로서 우리 학생들이 현재의 모습보다 더 나은 모습으로 성장해 갈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나 스스로도 어떤 역할을 담당해야 할지 생각해 본다.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