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12년째 검ㆍ경과 법정싸움 벌이고 있는 이산해씨

▲ © 양준명 기자
“남들은 다 계란으로 바위치기라고 하지만, 전 무수한 계란이 바위를 치면 결국 바위도 깎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12년간 공권력을 상대로 외로운 싸움을 이어나가고 있는 이산해씨(56). 이씨의 싸움은 지난 93년 4월 주택 재건축비 중 1천만원을 횡령한 건축업자와 통장을 고소하면서 시작됐다. 그러나 그들은 거의 처벌을 받지 않았을 뿐더러 집마저 불법 건축물로 몰려 철거될 위기에 놓이게 됐다. 너무도 억울했던 이씨는 검찰의 불성실한 수사와 사건의 왜곡ㆍ은폐 의혹을 제기하며 사건 수사에 관련된 검ㆍ경찰을 상대로 법적 소송을 시작했다. 사건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은 검사에서부터 사건 보고서에 허위사실을 기재한 공무원, 이를 알면서도 방조한 경찰, 또 이런 검ㆍ경의 직무유기를 처벌하지 않은 검사 등 처음 3명이었던 피고소인은 소송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20여 명까지 늘어났다. 이들을 상대로 이씨는 12년 동안 법원과 청와대, 경찰청을 돌아다니며 고소, 진정, 민원, 헌법 소원 등 법적 공방을 계속하고 있다.


“타락한 법조계에 조금이나마 자극을 주고 싶은 마음”


이씨가 고소한 공무원 중 처벌을 받은 사람은 아직 한 명도 없지만, 얻은 것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그간 공부한 행정정보공개법에 의거해 검찰에 요구한 결과, 작년부터 사건수사에 관련된 모든 문서를 공개받은 것이다. 이를 통해 이씨는 93년 당시 재건축 허가서가 위조되었다는 사실을 밝혀내기도 했다. 이씨는 “사건 수사시 피해자들은 자신의 진술서 외에는 관련 정보를 일절 제공받지 못해요. 대한민국에서 검찰 수사 문서를 100% 공개받은 사람은 아마 제가 처음일 겁니다”라며 “이제는 모든 사건 피해자가 수사의 진행이나 결과를 명확히 알 수 있게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관악구 봉천동에서 둘째, 막내 딸과 함께 생활하고 있는 이씨는 한쪽 다리가 불편하다. 이씨는 “한창 어려울 때는 스티로폼 2장을 깐 방에서 사경을 헤매었고, 끼니는 백화점 시식코너에서 해결했지만, 그런 어려움 속에서도 나의 억울함을 밝히려는 의지는 접지 않았다”고 말한다. 이어 이씨는 “처음에는 빼앗긴 돈을 찾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한 싸움이었지만, 이제는 타락한 우리나라 법조계에 조금이나마 자극을 주고싶은 마음이 더 크다”며 “내가 이러한 억울한 피해의 마지막 희생자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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