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출판부 새책 『북한체제의 형성과 한반도 국제정치』(김세균 외 지음)

『북한체제의 형성과 한반도 국제정치』(김세균 외 지음, 서울대학교출판부)는 서울대 통일연구소에서 지원한 통일학 연구총서의 첫 번째 책이다. 8명의 정치·외교학자들이 남북한 통합의 전망과 전략을 제시하기 위해 북한체제와 한반도 국제 관계사를 다뤘다. 이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1부는 ‘북한체제의 형성과 특징’을, 2부는 ‘남북한 관계의 국제정치적 맥락’을 주제로 한다.

책의 첫 부분인 「북한의 ‘수령 중심의 당·국가 융합체제’의 성립과 공고화 과정」에서 김세균 교수(정치학과)는 수령제로 대표되는 북한체제의 고유한 특징을 설명하고 그 강점과 문제점을 구명했다. 최고지도자를 절대화하는 수령 중심 체제는 김일성 개인으로 권력이 집중되고 집단주의 사상이 강조되면서 형성됐다. 수령 체제는 대중을 이데올로기적으로 통합하는 데 유례없는 성공을 거뒀으나 그 과정에서 지나치게 집단과 민족의 자주성을 강조한 결과 인민의 자주성 훼손과 국제적 고립이라는 문제점에 봉착했다. 김 교수는 북한체제의 장래에 대해 “북한의 수령 중심 체제 아래서는 개방과 시장개혁을 통한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홍림 교수(정치학과)는 「북한 통치 이데올로기의 형성과 변화」에서 북한 사회를 정당화하는 논리체계인 주체사상의 형성과 변화를 다뤘다. 이에 따르면 주체사상이란 북한이 체제유지를 위해 민족의 자주성을 표방하는 것이지만 시간이 갈수록 김정일의 권력 승계를 위한 수령 절대주의로 변질됐다. 주체사상, 수령, 북한을 절대적인 단일체로 인식하게 만드는 철저한 사상교양 체계는 주체사상이 북한 사회 구성원의 의식 속에서 아직도 그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게 한다.

신욱희 교수(외교학과)의 「기회에서 교착상태로: 데탕트 시기 한미관계와 한반도의 국제정치」와 정재호 교수(외교학과)의 「냉전기 북·중관계의 형성과 운용의 동학」 등으로 이뤄진 2부에서는 국제정치가 남북한 관계에 끼친 영향을 살핀다. 정 교수는 “북한과 중국은 1950년대부터 이념적인 동질성과 6 ·25전쟁 등으로 다져진 군사적 유대감을 바탕으로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다”고 설명한다. 그 후 북한은 소련과 달리 내정에 간섭하지 않고 권력세습 체제에 비교적 관대했던 중국과 꾸준히 관계를 맺었다. 그러나 1970년 데탕트 시기에 중국이 미국과 교류하고 소련과 반목하는 연미반소의 입장을 취하자 미국과 대립하던 북한은 경직됐던 남북 관계의 변환을 모색하고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추구하기도 했다. 특히 1980년대 후반부터 한국이 북방정책을 통해 중국 및 소련과 교류하자 북한은 대외적인 고립을 더욱 걱정해야 했다. 정 교수는 “이러한 80년대의 북·중관계를 이해하는 것은 오늘날 북한의 대외문제를 제대로 볼 수 있는 통로가 된다”며 “‘핵개발’은 탈냉전 이후 북한이 봉착한 고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택한 탈출구로 설명할 수 있다”고 결론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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