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교 60주년 기념 학술 심포지엄] 서울대 60년: 변화와 비전

지난 13일(금) 근대법학교육백주년기념관에서 서울대 개교 60주년 기념 학술 심포지엄이 열렸다. 신용하 명예교수, 소광희 명예교수 등 서울대 교수 5명의 발표와 각각의 발표에 대한 패널 토론이 이뤄졌다. 본부 기획실에서 주관한 이번 심포지엄은 학문 발전의 추이와 전망을 종합하고 서울대의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고자 마련됐다.

이날 심포지엄의 화두는 단연 ‘학문의 통합과 융합’이었다.

소광희 명예교수는 “문리과 대학을 인문대, 사회대, 자연대로 해체한 것은 근시안적이고 학문의 본질에 합당하지 않은 결정이었다”고 지난 1975년에 시행된 학제개편을 비판했다. 소 교수는 “인문학 없는 사회과학, 사회과학 없는 인문학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며 “적어도 인문학과 사회과학은 통합돼야 한다”고 말했다.
문상협 교수도 「통합과학의 추이와 전망」 발표에서 “요즘 학문세계에서 박사는 ‘협(狹)사’”라며 “같은 화공과 교수들도 전공분야가 다르면 동료교수가 무엇을 연구하는지 모를 정도”라고 지적했다. 그는 “복수전공·부전공·협동과정 등이 통합과학을 위한 제도인데 서울대에서는 이러한 것들이 활발히 실행되지 못하고 있으며, 특히 공대는 이수 전공학점이 많아 복수전공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또 “정책 결정자들 중에는 유사학문을 통합하는 것이 통합과학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며 “유사학문을 묶는 학부제 등의 학제개편은 교육단위를 크게 만드는 것이지 통합과는 전혀 관계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 교수는 “통합과학은 연구 부문이 앞서 나가야 발전할 수 있다”며 “통합과학이 발전할 수 있는 곳은 연구소가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토론자 김영식 교수(동양사학과)는 “특정 시대에 정해진 학문체계와 여기에 기반을 둔 학과 구조는 변할 수 있으며, 이 분류에 맞지 않는 신생 학문이 계속 생겨날 텐데 여기에 잘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대학이 가진 모든 인적·물적 자원을 학과와 연구소로 나눠 써버리지 말고 본부가 일부를 갖고 학제 통합에 대한 대책 마련에 사용하라”고 제안했다. 
김광웅 교수는 “요즘 언급되는 인문학의 위기를 해결할 길도 융합에 있다”며 학제 연구가 활성화 되고 있는 대표적인 예인 인지과학을 들어 그 중요성을 설명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오세정 교수도 “서울대가 현재 카이스트 등에 비해 학제 연구에서 뒤쳐져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그러나 각 전공 분야에 일류 학자들이 배치돼 있으므로 학제 연구가 제도적으로 정비되면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협동과정의 유명무실함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협동과정이 처음 설치된 취지와 다르게 학제 연구를 활성화하는 데 실질적으로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지과학연구소장으로 재직했던 이정민 명예교수(언어학과)는 종합토론 시간에 구체적인 문제점들을 지적했다. “현재 협동과정은 제도적으로 겸임교수만 둘 수 있게 돼 있다”며 이 때문에 겸임교수들은 모(母) 학과의 연구와 수업부담으로 마음 편히 협동과정의 강의를 맡을 수 없으며, 장학금이 교수 1명당 석사·박사 과정생 몇 명 식으로 배분되는 탓에 전임교수가 없는 협동과정의 학생들은 장학금 혜택을 받을 길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3월 이화여대로 자리를 옮긴 최재천 교수(이화여대 생명과학과)가 심포지엄에 청중으로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인문학자와 자연과학자의 대담집인 『대담』등의 책으로 유명한 그는 김광웅 교수의 요청으로 얼마 전 이대에 만든 통섭원을 소개했다. 그는 통섭원을 학자들의 ‘사랑방’이라고 표현했다. 학문 통합의 첫 걸음은 결국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것이고 이를 위해서는 어떻게든 만나는 자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굳이 학문적 교류일 필요는 없으며 만남이 빈번해지면 거기서 학문적 아이디어도 싹트고 다음 단계로 발전할 수 있으리라는 것이다.

이 밖에도 심포지엄 중에 ‘학제 연구’, ‘학문의 통합’, ‘통합학문·통합과학', ‘통섭’ 등 미묘하게 다른 뜻을 가지고 있거나, 지칭하는 대상이 다른 용어들이 혼재돼 사용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신용하 명예교수는 발표에서 “서울대가 한국학과 동아시아 연구의 세계적인 중심기관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신 교수는 “규장각한국학연구원이 한국 역사와 어문 연구에 치중돼 있다”며 “역사·어문 외에 한국사회와 한국문화가 연구 주제로서 강조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신용하 명예교수의 「서울대학교 60년:변화와 과제」 ▲소광희 명예교수의 「학문의 발전: 과거와 현재」 ▲문상흡 교수의 「통합과학의 추이와 전망」 ▲김광웅 교수의 「미래의 학문, 대학의 미래」 ▲안경환 교수의 「서울대 발전의 비전」 등 5개의 발표가 차례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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