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마지막 발표는 안경환 교수의 「서울대 발전의 비전」이었다. 안경환 교수는 지난 9월 13일 출범한 장기발전계획위원회의 공동 위원장이다. 발표 내용이 자신의 개인 의견임을 밝히긴 했지만, 앞으로 수립될 장기발전계획안의 큰 줄기를 가늠할 수 있게 했다.

우선 그는 과거의 영광이나 서울대의 특수성을 강조하기보다는 서울대의 위상 변화를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정책의 기조는 서울대의 특수성을 부정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으며, 이는 정부가 바뀌더라도 여전할 것이라는 말이다. 또 “전임교수는 서울대 구성원 중 일부일 뿐”이라며 의사결정 과정에서 교수·직원·학생 등 구성원 전체의 조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서울대의 발전 방향으로는 ▲선택과 집중을 통한 중점분야 육성 ▲교수 역할의 다원화 ▲기초학문의 개념 재정립 등을 들었다.  안 교수는 “서울대가 앞서가고 있는 쪽을 집중 투자하면 선두 그룹이 나머지를 끌어올리게 될 것이기 때문에 중점분야를 선택해 집중적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현재 서울대는 교수들에게 연구·교육·사회봉사를 획일적으로 요구하고 있으며, 업적평가도 연구 분야에만 한정돼 있다”고 지적하며 이러한 획일적 기준을 탈피하고 부족한 행정전문 교수를 육성할 것을 주장했다. 안 교수는 시간강사 대우 기준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금의 ‘일용 노동자’와 같은 수준의 처우를 개선해 ‘전임교수의 어느 수준에 해당되느냐’를 기준으로 합당한 대우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안 교수는 기초학문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무엇이 기초학문인가는 시대에 따라 가변적이므로 전통학문·보호학문과 기초학문은 구분해서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초학문에는 강제적·필수적 지원을, 보호학문 등에 대해서는 선택적·특수적 지원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기초학문 체계를 분류할 때 자연과학의 비중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인화와 관련해서는 “현 정부의 법인화 정책이 예상한 것과 다르기는 하다”며 “그러나 법인화는 피할 수 없는 당면 과제로 인식돼야 하고, 이에 대한 공개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재정확보 문제에 대해서는 “가장 현실적인 출구는 동창회와의 관계 재정립에서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국고 의존은 현실적으로 한계가 많다는 것이다.

토론자로 참석한 김남두 교수(철학과)도 안 교수의 발표가 끝난 후 “앞으로 수립될 발전방향이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일반적인 것이 아닌, 20~30년이라는 기간에 알맞은 구체적인 비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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