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방송사가 방영한 미국 소 사육 현장의 참상은 전국을 뒤흔들었다.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재개함에 따라 미국산 쇠고기가 불러올 광우병에 대한 우려는 점점 높아지고 있지만 이에 대한 마땅한 대안은 없다. 무분별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불러올 결과는 섬뜩하다.

최근 국내에 번역된 『죽음의 향연』은 퓰리처 상 수상자인 리처드 로즈가 광우병의 비밀을 추적한 다큐멘터리다. 이 책을 기획한 노의성씨는 “시사·정치 문제를 넘어 과학자들의 논쟁과 생생한 현장 이야기를 통해 질병을 탐구해가는 책”이라고 이 책이 갖는 의의에 대해 말한다.

저자는 뉴기니 섬의 포레 부족의 식인풍습에서 기인한 쿠루병, 100만 명에 한 명 꼴로 인간에게 발생하는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 양에게 나타나는 스크래피병 등 ‘해면상뇌증’(海綿狀腦症: 뇌에 스펀지처럼 구멍이 생기는 증상)에 관한 연구를 차례로 추적한다. 해면상뇌증은 신경 조절을 담당하는 뇌에 문제가 생겨 근육의 통제력을 상실하는 퇴행성 뇌질환 증상을 일으키는 병으로 광우병도 이에 포함된다. 100퍼센트의 치사율을 보이는 질병이지만 치료법은 없다.

쿠루병과 스크래피병에 관한 연구로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은 가이듀섹 박사는 “실험을 통해 쿠루병이나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이 영장류인 침팬지에게 전염되는 것이 밝혀졌다”며 감염된 조직의 이식이나 섭취를 통한 질병의 종(種) 간 이동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1985년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영국에서 일어난 소 해면상뇌증, 즉 광우병은 인간에게 전이돼 변형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까지 일으켰다. 광우병 확산은 단백질을 보충하기 위해 소의 뼈나 장기를 갈아 넣어 만든 육골분 가축사료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인위적인 동족식육이 광우병 인자를 퍼지게 한 것이다.

영국에서 2만 마리 이상의 소가 광우병으로 죽거나 폐사됐다. 이 육골분 사료를 먹은 돼지, 닭 등도 동일한 질병에 감염됐지만 발병되기 전 잠복기에 도살됐기 때문에 잘 알려지지는 않았다. 저자는 “가축의 분뇨 등으로 키워진 유기농 채소 또한 광우병 인자에 감염됐을 위험이 있어 채식주의자들도 결코 안전하지 않다”고 말한다.

그는 광우병에 걸린 소녀의 가족에게 “경제를 생각하라”며 병에 대해 알리는 것을 금지한 영국 정부에 대해 “영국 정부는 치명적인 질병 인자가 식품 유통망 속으로 들어가도록 허용해 국민 전체를 감염 위험에 노출시켰다”고 강력히 비판한다. 저자는 광우병인자가 인간에 잠복하는 기간이 25~30년인 것을 고려해 2015년에는 연간 20만 명이 사망할 것으로 추정한다.

이러한 전염성 해면상뇌증의 발병 원인에 대해서는 학계의 의견이 분분하다. 전염 인자가 ‘프리온’이라는 감염성 단백질임을 주장한 프루지너 박사가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아 주도권을 장악하자 광우병이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일 것이라는 주장은 점차 배제되고 있다. 저자는 이로 인해 연구의 범위가 제한되고 있으며 “광우병 인자가 단백질이 아니라 바이러스로 밝혀질 수도 있는데 이를 치료할 백신의 개발 연구가 전혀 이뤄지지 않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한다.

『죽음의 향연』이 보여주는 광우병에 대한 공포와 영국 정부의 착오는 이제 우리사회에서 고스란히 재현되고 있다. 우리가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것은 정녕 아무 것도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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