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한국 근대의 형성과정을 연구하는 연구자들의 자전적 에세이다. 국문·국사·종교·보건·정치학 등의 전공자 8명이 근대를 공부하게 된 이유와 자신들의 관심 분야에 대한 설(說)을 풀었다. 정확한 사실 규명이 중요한 근대 연구 주제를 연구자 개인의 주관적인 생각으로 풀어 쓴 점이 이색적이다. 이들은 학계의 주변부에 서서 기존 연구의 보수성에 대한 변혁을 외치는 소수에 가깝기에 그 이야기는 더욱 이목을 끈다. 

서문에서 장석만 연구원(한국종교연구소)은 ‘근대성 공부는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근대를 연구하는 이유를 밝혔다. 그는 “한국의 근대는 우리의 모습이 새롭게 윤곽을 잡기 시작한 시기이므로 우리의 현재를 알기 위해서 근대를 살필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근대’라는 포괄적인 주제 아래 묶인 여덟 편의 글은 저마다 다른 양상을 띤다. 근대성 연구 소개에 중점을 둔 글이 있는가 하면 자신의 주관적인 생각을 펼친 글도 있다. ‘정치’에 대한 콤플렉스를 가지고 프롤레타리아 문학조직론 논문을 준비하던 대학원생이 1920년대 연애사에 관심을 가지기까지의 내적 갈등을 다룬다든가(권보드래, 「새로운 맹목을 찾아서」), ‘롯데 자이언츠 팬이면서 소설은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작품만 읽고 노래방에서는 남행열차를 부르는’ 대중문화의 잡종성 속에 숨은 계급주의와 자본의 지배를 지적하기도 한다(천정환, 「근대의 문화, 탈근대의 문화」). 한편 신동원은 그의 글 「20세기 전후 한국 사회의 위생, 의학과 근대성」에서 서구 보건의료제도가 도입되면서 서구 근대성의 헤게모니가 형성됐음을 보여준다. 전염병 방역시스템을 가동하기 위한 제도의 정착과 생활양식의 변화가 제국주의적 침탈의 권력 장치로 작동했다는 것이다.

이 책의 장점이자 단점은 ‘근대 연구’라는 주제 외에는 공통점을 찾기 어려운 글들이 한 곳에 모였다는 것이다. 각각 다른 방식의 글쓰기로 인해 글쓴이의 개성이 뚜렷이 드러나지만 전체적인 통일성이 부족해 다소 혼란스럽다. 또 자전적 에세이라는 시도는 참신했으나, 긴밀하지 못한 전체 구성과 딱딱한 제목은 아쉽다. 그러나 이 책은 우리시대에 인문학을 공부하는 이유를 고찰하게 해주며 한국 근대 연구자들의 고민과 성찰의 목소리를 들어볼 수 있게 해준다는 것만으로도 일독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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