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달하 사회대 기초과정ㆍ06

연일 신문지면을 장식할 만큼 한ㆍ미 FTA에 대한 논쟁이 치열하다. 한ㆍ미 FTA를 시장경제의 세계화로 인식하는 정부와 생존권의 침해로 인식하는 대다수의 농민ㆍ노동자가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장일단을 가진 찬성과 반대 측의 논리가 서로 대립을 피할 수 없는 문제임은 분명하지만 이처럼 도를 벗어난 극심한 갈등을 보이는 근본적인 이유는 국내 절차상의 문제에 있다.

한ㆍ미 FTA는 국가 경제와 국민의 삶이 걸린 중대한 사안이다. 따라서 미국과의 협상에 임하기 전에 먼저 국내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하여 개방 품목과 개방 정도, 시기 등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전제됐어야 했다. 그러나 현재 한ㆍ미 FTA가 체결되는 과정을 살펴보면 FTA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될 당사자인 국민의 참여는 배제돼 있다. 정부는 자기들끼리 기준을 만든 것으로 모자라 세부 사항을 국민에게 공개하지도 않은 채 미국과 협상에 임했고, 결과적으로 국민이 의도하지 않은 여러모로 불리한 협상안을 타결하게 될 상황이다.

헌법에도 명시되어 있듯이 대한민국은 기본적으로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국가다. 따라서 국가의 중대사를 결정함에 그 어떤 기준보다도 국가의 주인인 국민의 의사가 우선해야 함은 물론이다. 이러한 사실을 바탕으로 생각해 보건대, 소수 엘리트 위주의 정책을 추진한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분노는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정부는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극심한 반대 의견에 부딪힌다 하더라도 그 반대 세력을 설득할 능력과 자세를 갖춰야 한다. 모든 구성원이 만족하는 제도나 협상은 근본적으로 존재할 수 없겠지만 대다수 국민의 합의를 이끌어 내지 못한다면 그 협상의 추진은 의미가 없다.

한ㆍ미 FTA가 오늘날 우리에게 주어진 피할 수 없는 당면 과제임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정부는 지금까지 일방적으로 행해 왔던 협상 방법이 아닌 새로운 방법론을 모색하여 갈등을 최소화할 의무가 있다. 따라서 이제부터라도 협상 과정에서 무엇보다 국민의 의견이 우선시 되고 국민과 함께하는 정책으로의 전환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이 가능해야만 비로소 정부는 정책의 정당성을 확보함과 동시에 국민의 분노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