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휘창 교수 (국제대학원)

서울대가 국제화를 더 해야 한다는 것에는 많은 사람들이 동감하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여러 가지 아이디어가 있지만 어느 것부터 해야 할지, 어느 것에 얼마만큼 중점을 두어야 할 지 잘 모르고 있다. 잘못하면 우리의 귀중한 시간과 돈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못하게 된다. 서울대 국제화 전략의 큰 방향을 제시해 보자.

첫째, 나가는 것보다 들어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서울대의 경우 외국으로 나가는 것은 어느 정도 되어 있다. 학생들이 알아서 유학도 가고 교환학생 프로그램도 스스로 잘 찾아간다. 교수들도 안식년이 되면 외국의 유수한 학교에 자신들의 연고를 찾아 잘 보내고 돌아온다. 우리 학교가 큰 도움을 안 주어도 대부분 스스로 해결하고 있다.

그러나 외국에서 학생이나 교수가 서울대에 오면 문제가 많아진다. 우선 학생들은 영어로 강의하는 과목이 많지 않아 수강에 어려움이 있다. 국제대학원에서 수강하는 외국학생들 중에는 원래 다른 학과에 교환학생으로 왔는데 그 학과에 영어로 개설되어 있는 과목이 없어서 국제대학원 수업을 듣는 경우가 꽤 있다. 수업을 택하는 것 뿐 아니라 한국생활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불편을 겪게 되는데 이러한 문제들을 제대로 해결해주지 못하고 있다. 교환협정을 많이 맺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들이 오면 제대로 된 서비스를 해주어야 한다.

둘째, 기본적 생활 인프라가 문제이다. 교수들이 오는 경우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학생들은 자기들끼리 의논도 하고 먼저 온 학생들의 도움도 받으면서 어려움을 해결하지만 교수들은 이러한 정보 소스가 별로 없다. 더욱이 외국교수들이 가족과 함께 오는 경우라면 문제가 더욱 심각해진다. 배우자가 할 일이 없고, 자녀들을 보낼 적당한 학교가 없다. 서울대 근처에는 영어로 가르치는 학교가 없고 외국인 학교에 보내려니 돈이 많이 든다.

훌륭한 외국교수들이 우리의 초청을 꺼리는 이유 중에는 바로 이러한 가족문제가 큰 몫을 차지한다. 이들을 초빙하기 위해서는 기본적 생활 문제를 해결하는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이러한 문제가 단기적으로 해결이 안 되면 우리의 학사제도를 변화시킬 것을 고려해야 한다. 우선 계절학기와 팀티칭을 활성화해서 외국교수들이 단기간 머무를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셋째, 외국의 사례를 철저히 벤치마킹해야 한다. 한동안 우리 사회에서는 블루오션이라는 말이 유행했다. 바다 저 멀리 나가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으라는 말인데 이를 남용하면 매우 위험한 경영전략이 된다. 우리가 힘들여서 만들어낸 아이디어들 중에는 이미 다른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들이 많다. 또한 너무 튀는 아이디어는 효율적이지 못하다. 가장 좋은 방법은 우선 국제화가 잘 된 대학들을 철저히 벤치마킹한 후 우리 것을 만드는 것이다. 그들의 시행착오를 배우면서 효율적인 국제화를 모색할 수 있다.

한국, 일본, 중국의 유수한 대학들은 현재 국제화를 서두르고 있다. 서울대는 능력에 비해서 국제화가 덜 되어 있다. 그러나 우리가 마음만 먹고 방향을 잘 잡으면 이들보다 훨씬 잘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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