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작가 - 소설가 김애란 인터뷰

한국일보문학상 최연소 수상, 전문가들이 뽑은 앞으로 가장 사랑받을 작가, 2005년 한국 문학계에 신선한 충격을 준 ‘수퍼 신인’ 김애란. 다소 부담스러울 법한 수식어에 그녀는 밖에서 자신의 소설을 어떻게 규정하든 의미가 없다고 답했다. “앞으로 뭘 쓸지 모르기에 불안하지만 그렇기에 더 신나는 일인지 모른다. 예측할 수 없는 세계에 살고 있어 즐겁다”는 것이 그녀의 생각이다.

그 말을 들으니 첫 작품집 『달려라 아비』 속 주인공들이 떠오른다. 문학평론가 김동식이 “김애란 소설의 주인공들은 삶을 번역하며 살아간다”고 말했듯, 그들은 알 수 없는 사회를 해석해간다. 작품 속 화자들은 작은 방에 고립돼 있거나 사생아거나 지독한 불면증을 겪지만 상황과 어울리지 않게 끝내 ‘킬킬킬’ 웃어버린다. “끔찍함을 만났을 때 그것과 싸우기 전에 한번 으하하 웃어보는 거예요. 그러다 상대가 ‘어쭈 너 웃어?’하고 열 받으면 더럽게 맞을 수도 있는 거죠.”라고 작가는 말한다.

세밀하지 않고 그리다 만 듯한 인물 표현은 김애란 소설의 특징. 작가는 “오히려 대상인물을 완벽히 이해하지 못할 때 더 좋은 글이 나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속상해서 울고 있을 때 별로 친하지 않은 사람이 와서 괜히 위로랍시고 말을 건네면 귀찮기만 하잖아요. 멀찍이 떨어져서 그냥 기웃대는 게 나을 때가 있죠. 제 글은 그렇게 기웃기웃 거리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 적당한 기웃거림이 주는 위안과 자기긍정의 미학, 거창한 결론 없이 얼버무려진 작품의 결말 속에는 세상을 보는 따뜻한 시선과 즐거운 상상력이 녹아있다.

그녀의 소설에는 일상용품을 사기 위해 항상 집 근처 편의점을 들르는 것(「나는 편의점에 간다」)처럼 평범한 생활 속 이야기를 소재로 한 것이 많다. 활동반경이 좁아 일상적 이야기를 쓸 수밖에 없다는 그녀는 “손바닥 안에 쥐어진 이야기들로 출발해 일상적이고 시시한 소재로 글을 쓰다보면 어느 순간 ‘점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죠. 그래서 원룸에서 방황하다가 스칸디나비아 반도로 뛰어나가기도 하고. 그 사이에서 생기는 긴장감과 상상력이 기분 좋게 작품 속 인물들을 반겨요”라고 말한다.

“나는 아직 성장하고 있다. 앞으로 어떻게 커갈지 나 자신도 기대가 된다.” 그녀의 소설이 그렇듯 그녀 역시 정확히 규정된 무언가를 말하기보다는 스스로를 활짝 열어두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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