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피아니스트 백혜선 교수(기악과)

▲백혜선 교수는 지난 8일(토) 부산에서의 연주를 시작으로 18일까지 총 다섯 개 지역에서 순회 연주를 한다. © 금기원 기자
4년만에 내놓은 앨범 '사랑의 꿈'(EMI) 발매기념 전국 순회 독주회로 연주 무대에 복귀한 피아니스트 백혜선 교수(기악과)를 만났다. 그는 94년 차이코프스키 국제 콩쿠르 피아노 부문에서 한국인으로는 정명훈씨에 이어 두 번째로 입상하며 화제를 모아 본격적으로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또 그 해 서울대 최연소 교수로 임명돼 세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큰 키에 서글서글한 인상의 그가 국제 무대를 오가며 보여준, 힘이 넘치고 개성있는 연주는 많은 음악 팬들에게 인상적인 모습으로 남아있다. 활발했던 연주 활동을 잠시 접고 지난 99년 결혼한 그는 이후 두 아이를 출산하고 ‘보금자리’ 꾸미기에 여념이 없었다고 한다. 그 때문일까, 그는 한층 여유로운 모습이다. “지인들에게 요즘 들어 편안해 보인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고 말하는 그는 행복한 웃음을 짓는다.

 

새 음반 ‘사랑의 꿈’은 지난 4월부터 뉴욕에서 녹음을 시작해 하루에 10여 시간을 연주하는 강행군을 거쳐 만들어졌다. “모든 사람들이 거부감 없이 즐겨 들을 수 있는 곡들을 담았고 브람스, 슈베르트 등의 자장가도 있어 편안하게 다가갈 겁니다”라며 그는 음반에 적이 만족해 한다. 몇 십년째 외길을 걷게 한 음악의 매력에 대해 “피아노는 사람을 움직이는 힘을 가진 언어이자 자연을 표현하고 재창조하는 수단”이라고 말한다.

 

그는 우리나라 음악교육 시스템이 경직돼 있어 답답하단다. “어렸을 때부터 재능을 발굴해 훌륭한 선생님을 사사해야 대성할 수 있는 예술 분야의 특성에도 불구하고 정작 음대 교수들이 어린 인재들을 레슨하는 것은 금지돼 있다”며 자신의 재능을 사회로 환원하기 어려운 시스템에 회의를 느낀단다. 또 수업과 레슨 때문에 학교에 매여있다 보면 연주활동을 꾸준히 하기 어렵다며 교수와 연주가를 병행하기 쉽지 않은 현실에 아쉬움을 토로한다. 그래도 주어진 환경 내에서 “엄마로서, 교수로서, 피아니스트로서 부족함이 많지만 연주하는 것만큼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담담히 말한다.

 

“대학생이라면 주어진 삶을 살아가는 객관식이아니라 주관식의 삶을 살아가야합니다”라며 서울대학교가 끝이 아니라 시작임을 강조한다. 이에 덧붙여 내실있게 자신을 채워가는 서울대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며 학생들에 대한 애정의 당부를 잊지 않는 백혜선 교수의 얼굴은 화사한 장미의 모습을 닮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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