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한국문학, 젊은 그들이 달려온다 ②시인

낯선 시어와 새로운 상상력으로 무장한 2000년대 시인들이 주목받고 있다. 문학평론가 권혁웅은 황병승, 장석원, 김민정, 이장욱, 강정 등의 시인들에 대해 “기존의 독법으로는 해석할 수 없는 새로운 문학”이라고 평하며 이들을 ‘미래파’라 칭했다. 그는 “미래파는 입체파와 마찬가지로 화폭에 복수의 시점을 도입한다”며 이들의 시에서 화자가 다양하게 중첩되는 양상을 설명한다.

미래파의 대표주자로 일컬어지는 시인 황병승은 시집 『여장남자 시코쿠』에서 보여준 독특한 어법과 상상력으로 “시단의 새로운 지도를 그렸다”고 평가받는다. 그는 남녀의 경계, 문화의 경계를 넘나드는 불안정함을 통해 혼란스러운 자아의 강렬한 개성을 드러낸다.

『아나키스트』의 시인 장석원은 탈주의 욕망으로 충만하다. 그래서 자아와 세계를 파괴하기도 하고 서로 다른 두 목소리를 맞부딪치게 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문학평론가 이광호는 “서정적 주체화의 과정을 거부하고 무정부주의의 그것에 가까운 문법을 실현하려 한다”고 설명한다.

『날으는 고슴도치 아가씨』에 수록된 김민정의 시는 잔혹하다. 「내가 날 잘라 굽고 있는 밤 풍경」에서 살을 잘라 굽는 모습이라든가 「살수제비 끓이는 아이」에서 묘사되는 행위들은 엽기적이기까지 하다. 그러나 그녀는 이 잔혹함을 천진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한 편의 “지적이지 않은 블랙코미디”를 보여준다. 시인 이장욱의 지적대로 “끔찍한 이미지의 악몽”과 “도저히 개선이 불가능해 보이는 세상의 모습”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상식’을 잠시 버려야 한다.

자아를 해체하거나 아예 처음부터 부정하는 것이 이들 미래파의 특징 중 하나다. 이장욱의 『정오의 희망곡』에서는 주체가 종종 실종된다. 문학평론가 이광호는 “주체의 인격적 권위를 비운다는 점에서 그의 시는 탈인칭적”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이어 “이장욱은 한국 시 모더니티의 극한에서 서정성 자체를 낯설게 하는 첨예한 시적 감각을 보여준다”고 말한다.

다양하고 이질적인 문화를 접한 이들 집단의 등장은 자연스런 일이다. 깊이가 없고 관계나 사회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기는 하지만 이들의 시는 의도했건 안 했건 간에 기존의 보수적인 세계 또는 비평담론을 모반․전복하는 효과를 낳고 있다. 아직 자신의 전부를 드러내지 않은  이들이 앞으로 어떤 시 세계를 구축해나가고 어떻게 세상을 뒤흔들까. 한국 시단의 관심이 그들에게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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