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웅 교수 (행정학과)

관악의 가을 풍경도 아름답지만 통영의 가을 바다 또한 못지않게 아름답다. 개교 60주년을 맞아 미술 전시회며 음악이 울려 퍼진 관악의 교정에서 통영으로 이어진 이 가을여행이 풍성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통영국제음악제(TIMF)가 손짓을 했기 때문이다.

기초교육원 ‘공공지도자 되기’ 수업을 듣는 학생들과 통영국제음악제 개막공연에 참석한 것은 10월이 끝나가는 무렵이었다.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남망산 기슭에 자리 잡은 문화관에서는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이 TIMF 앙상블과 협연을 했다. 힌데미르의 ‘장송 음악’, 쇼스타코비치의 ‘비올라와 현악 합주를 위한 심포니아’ 등을 연주했고, 앙코르 곡으로 들은 쇼스타코비치의 ‘왈츠’와 오펜바흐의 ‘자클린의 눈물’로 우리는 횡재를 한 기분이었다. 옛날 미국에서 공부할 때 요인분석(통계학의 한 부분)을 가르치는 유명한 국제정치학 교수가 어렵다고 투덜대는 학생들에게 들려준 말이 기억났다. 음식은 혀를, 그림은 눈을, 음악은 귀를, 그리고 통계학과 수학은 뇌를 즐겁게 한다고 했는데, 요즘 리더십을 수강하는 학생들에게는 뇌, 특히 우뇌를 즐겁게 하는 것은 수학과 음악이라는 말을 자주한다. 학생들과 함께 음악제를 찾은 것도 우뇌의 훈련이 필요한 리더십 수업 때문이었다. 물론 음악을 어떤 훈련의 일환으로 듣는다는 것이 좀 씁쓸하긴 하지만. 아무튼 리더십 강의에서 강조되는 것 중의 하나가 “우뇌가 발달하지 않은 사람은 리더가 될 생각하지 마라”이다.

그렇다고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 정치를 잘하느냐 하면 그런 명제는 성립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지만 음악을 좋아하면 아무래도 리듬에 밝을 것이고, 그러면 강약이나 강강약 등 운율에 민감하여 일의 추진을 박자나 음정과 상관없이 하지 않을 성싶다. 한마디로 음악, 그림, 무용 등 예술을 알면 어떤 분야의 일을 하든 미학적 감각이 가미돼 수용성이 훨씬 높을 것이라고 예측해 볼 수 있다.

한국의 정치라고 예외는 아닐 것이다. 정치를 음악처럼 화음을 한껏 내며 하면 좋으련만 전혀 반대인 불협화음만 내고 있다. 정기국회를 한 달여 앞두고 정계개편 논의가 활발하다. 이 나라 정치는 늘 그렇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으면(실은 1년이 더 남았지만), 정계개편이라는 말이 으레 나온다. 말이 정계개편이지 여러 정당들이 이합집산하면서 어떻게 해서든지 정권을 잡으려고 안간힘을 다 쓴다. 그러고는 국정에서는 죽을 쑨다.

왜 늘 그런 일이 반복되는 것일까? 정치인의 능력이 모자라서? 정치풍토가 아직도 개선되지 않아서? 정당이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해서? 민도가 아직 낮아서?…… 별별 이유가 다 있겠으나 요는 정치마당이 온전히 제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여러 이유 중 리더들이 제대로 리더십 훈련을 받고 정치에 입문하지 않은 것도 포함될 것이다. 앞으론 우뇌 훈련을 제대로 받은 사람이 정치에 입문하고 중요한 정책을 결정하는 자리에 진출하는 공공의 궤적을 그려 놓아야 할 것 같다.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