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책 『통합적으로 철학하기』

   
현실에 뿌리내리지 못하고 허공을 떠도는 철학을 질펀한 삶의 장으로 불러오려는 시도는 예전부터 존재했다. 철학은 더는 고상한 것이 아니라 실재를 있는 그대로 반영해야 한다는 생각에 기초한 철학 대중서들이 그렇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철학서가 현실에 자리 잡지 못한 채 겉돌고 있다.

철학, 역사, 경제 등 여러 분야의 글을 해석,토론하는 텍스트해석연구소가 펴낸 『읽기-말하기-쓰기: 통합적으로 철학하기』(유헌식 외 지음, 휴머니스트)는 철학이 여전히 현실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하고 사변적인 세계에 머물러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시작한다. 이번에 출간된 것은 제1권 ‘고독’편으로, 뒤이어 ‘성장’, ‘죽음’ 등을 다루는 후속편들이 출간돼 총 3권으로 완간될 예정이다. 고독, 성장, 죽음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는 삶의 과정이다. 유헌식 연구소장은 “철학이 학문의 왕으로 군림할 수 있었던 것은 인간 생활의 가장 낮은 곳에서 활동했기 때문”이라며 “우리가 항상 영위하고 있는 생활을 철학의 관점에서 규정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통합적으로 철학하기’란 ‘문제 상황’을 읽고(읽기), 읽은 내용을 바탕으로 자신의 생각을 주변사람들과 나누면서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고(말하기), 그것을 글로 표현하는(쓰기) 것이다. 이러한 세 가지 과정을 거치면서 독자는 글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능력과 현실을 객관적이고 전체적으로 조망하는 철학적 사고를 기를 수 있다.

책 내용 중 ‘고독 이기기’ 편은 앞의 과정에 따라 영화 「캐스트 어웨이」를 해석하는 법을 보여준다. 먼저 무인도에 고립된 주인공이 고독을 극복해가는 부분을 읽는다. 그 뒤 4명의 토론자가 모여 고독한 인간을 표상하는 주인공에 대해 ‘왜 물리적 결핍을 충족하는 데만 만족하지 못하나’, 주인공이 인간 대신 친구로 삼은 배구공에 대해 ‘사물이 어떻게 인간보다 더 절친한 친구가 될 수 있나’ 등 인간의 본성에 대한 중요한 물음을 던지며 대화한다(말하기). 이에 ‘타인의 시선에 의해 비로소 나는 내가 되기 때문이다’,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고 인간 중심적인 입장으로 보기 때문에 배구공이 주인공의 친구가 될 수 있었다’는 등의 의미심장한 결론을 정리해 쓰는(쓰기)것으로 ‘통합적으로 철학하는’ 과정을 마친다.

오늘날 읽기, 말하기, 쓰기 교육이 ‘따로 놀고 있는’ 현실에서 저자들이 시도하고 있는 통합의 기획은 의미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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