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에세이] 안도현 시인 - 권정생 , 『강아지똥』

내가 초등학교에 다니던 70년대에는 대다수 남자아이들의 꿈이 비슷했다. 장차 ‘대통령’이나 ‘과학자’가 되고 싶다는 아이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나도 여느 아이들하고 다르지 않았다. 그런 희망사항을 적어놓고 누가 볼까 봐 괜히 머쓱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그렇게 거창한 꿈을 내세우는 게 학동으로서의 의무감처럼 여겨지던 시절이 있었다.

그 누구도, 그 어느 상황에서도 꾸지 못할 꿈이란 없다. 하지만 꿈의 실현 가능성 여부를 떠나 꿈의 방향이 왜 높은 곳으로만 향하는지 우리는 단 한 번도 의심해보지 못했던 것 같다. 낮은 곳으로 향하는 꿈은 없는 것일까? 자신을 낮춤으로써 상대를 높이고, 나아가 세상 전체를 높이는 꿈은 꿀 수 없는 것일까? 어린아이는 아니지만 자신을 자꾸 낮추는 일을 생의 목적으로 삼은 분이 우리나라에는 딱 한 분 계신다. 바로 동화 『강아지똥』을 쓰신 권정생 선생님이다.

스스로를 낮추어 꽃이 되는 강아지똥을 통해 우리는 권정생 선생님의 일생과 그이가 작품으로 말하고자 하는 바를 은연중 짐작해 볼 수 있다. 권정생 선생님은 일본강점기 때 일본으로 건너간 한국인 노무자의 아들로 1937년 도쿄의 빈민가에서 태어났다. 1946년 봄에 귀국한 후, 나무장수, 고구마 장수, 담배장수를 했고 여러 가게의 점원 노릇을 했다. 젊은 시절에는 온 나라에 퍼져 있던 결핵이 선생님을 괴롭히기도 했다. 그런 가운데 선생님은 지지리도 못난 삶을 살아가는 이웃과 어두운 역사를 소재로 매우 감동적인 동화를 써오고 계시다.

선생님은 겨울에 들쥐들이 당신의 그 좁은 방으로 들어오면 내쫓지 않는다고 하신다. 그 미물들도 생명을 가진 것이라고, 얼마나 따뜻한 게 그리웠겠느냐고 생각하시면서 말이다. 그이는 우리시대에 진정 우리 곁에 살아 있는 성자인지도 모른다. 성자라는 말을 이렇게 썼다가는 또 선생님한테 혼이 나겠지만. 우리가 존경할 만한 아름다운 사람은 결코 자신을 높이는 일로 생을 허비하지 않는다. 자신을 낮추고 낮추어서 한 송이 민들레꽃이 되고자 하는 사람이 권정생 선생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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