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겸 (경제학부·04)

중학교 2학년, 처음으로 소설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 이후로 한 번도 꿈을 놓아본 적이 없습니다. 어눌한 문장과 허공을 맴도는 구성 때문에, 한 때 내 자신은 소설가가 결코 될 수 없는 존재가 아닐까 생각도 했었습니다. 꿈과 실존의 간극은 인정하기 힘든 짐이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인생을 그만큼 살지 않았는데, 억지로 쥐어짜내 자신 이상의 무엇인가를 만들려 노력하다보니 그랬던 것 같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이제야, 내가 경험하고 이해한 만큼만을 이야기에 담아낼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모든 사람은 소설가입니다. 모든 사람은 자기 이야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얼마나 자신의 이야기를 이해하고 있느냐, 그리고 그것을 타인이 이해할 수 있을 만큼 빗장을 열고 보여줄 수 있느냐가 차이이겠지요. 물론 쉬운 것은 아닙니다. 모든 어머니들이 해산의 수고를 겪는다고 해서 해산의 수고가 누구나 할 수 있는 쉬운 것이 아니듯이. 나는 마치 갓 태어난 어린 것을 보듯 연신 내가 낳은 이야기를 신기해하며 보곤 했습니다.

글로 밥 벌어 먹겠으니 공부 같은 건 필요 없다고 주장하던 한량을 끝까지 신뢰한 부모님. 예수 그리스도께서 부르신 길은 시대정신을 거부하는 공동체적인 삶임을 행동으로 보여준 우리 IVF공동체. 여러분을 통해 저는 그리스도 안에서 용납받는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았습니다. 단 한 번도 만나 본 적 없지만 언젠가 마주보며 덕담을 나눌 날을 기대하게 되는 우리 C. S. 루이스 아저씨. 가슴 설레는 발터 벤야민의 글들. 이름을 다 적지 못하는 많은 친구들. 칠삭둥이처럼 급하게 태어난 이야기를 즐겁게 보아주신 교수님. 감사합니다. 여러분들에게 빚진 이야기들을 내 이름만으로 내놓는 것 같아 미안합니다. 여러분들의 삶과 내 삶이 만나는 교차로에서 앞으로도 많은 일이 벌어지겠지요. 때가 이르면 또 다른 이야기를 낳겠지요. 그때는 우리가 좀 더 서로를 잘 알고, 우리의 간절한 갈망인 구원을 더 깊이 경험하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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