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용 (사범대 교수·국어교육과 ) 방민호 (인문대 교수·국어국문학과)

올해 대학문학상 소설 부문은 꽤 풍성한 잔치였다. 서른 명(31편)이나 응모했다. 양적으로 풍부함은 물론 작품의 수준 또한 만만치 않았다. 우리 학교에서 소설 창작의 가치가 새롭게 부각되고 있으며, 우리 문학에 대한 학생들의 사랑이 깊은 까닭이리라. 우리 시대가 소설이 가능한 시대이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심사위원들이 주목한 작품은 다음과 같다. 팜므파탈형 여성에 대한 묘사가 흥미로운 김창현의 「거짓말」, 삶에 대한 젊은이의 치열한 문제의식을 담고 있는 오원석의 「방」, 내국인 노동자와 외국인 노동자의 삶을 병치해 놓은 가운데 나이 먹음을 섬세하게 포착한 홍신영의 「가을 모기」, 주제를 끌어가는 문체와 구성미가 돋보이는 김수진의 「그네」, 뛰어난 상상력과 현실 감각으로 소설적 흥미를 자아낸 이유겸의 「혼미하고 행복한 지하철」, 보기 드물게 유머러스한 문체와 감각이 돋보이는 우효경의 「너무 멋진 복수」, 아름다운 문체로 동성끼리의 사랑과 성장을 다룬 정소연의 「마산앞바다」, 공상과학소설적인 터치로 통일 후의 미래를 진단한 오요한의 「오! 나의 여신님!」, 치밀한 관찰과 묘사력에 형이상학적인 문제의식을 보여준 정승호의 「거미떼」 등이 그것이다.

이들 가운데 다시 선택된 작품은 「방」, 「가을 모기」, 「혼미하고 행복한 지하철」, 「너무 멋진 복수」, 「마산앞바다」, 「거미떼」 등이다. 「방」은 의식의 심연을 드러내는 깊이가 돋보이고 「가을 모기」는 문장과 구성도 훌륭하지만 세계를 바라보는 안목이 넓고 따뜻한 점이 인상적이다. 「혼미하고 행복한 지하철」은 소설가적 스타일이 주목할 만하다. 「마산앞바다」는 단순히 동성애 문제를 다루었다는 점보다는 아우라를 느끼게 하는 전개 방법과 문체가 좋았다. 「너무 멋진 복수」는 단편소설의 탄탄한 구도 속에 아이러니를 구사한 점이 훌륭했고, 「거미떼」를 쓴 이는 두 작품을 응모했는데, 치밀한 문체가 흠잡을 데 없고 문제의식이 독특하다는 장점이 기성 작가를 연상하게 할 정도다.

이들 여섯 작품 가운데 다시 「혼미하고 행복한 지하철」과 「가을 모기」, 「마산앞바다」를 놓고 심사숙고한 결과 「혼미하고 행복한 지하철」을 대상작, 「가을 모기」를 우수작, 「마산앞바다」를 가작으로 선정했다. 이들 작품들은 소설 스타일이 각기 다르기 때문에 우열을 논하기 어려웠다. 세 사람 모두 훌륭한 작가적 자질을 지니고 있으며 앞으로 한국 소설계를 이끌어나갈 재목으로 성장할 가능성도 보인다. 그럼에도 「혼미하고 행복한 지하철」을 대상으로 뽑은 까닭은, 구성이 탄탄하고 대체역사 형식 속에서 세태를 바라보는 풍자적 시각이 산문의 본령에 다가가고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우리 심사위원은 응모작을 앞에 놓고, 신입생들과 만나는 것 같은 신선한 긴장감 속에서 이들이 앞으로 펼쳐갈 장래를 이야기했다. 아쉽게 최종선에 오르지 못한 이들도 모두 커다란 잠재력을 갖고 있다는 공감을 했다. 패기와 감수성으로 정진한다면 큰 발전을 이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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