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사례 - 미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해외의 많은 대학들이 운영하고 있는 대학출판부들은 그 나라 학술계의 흐름을 조망할 수 있을 정도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들 대학출판부 또한 소위 돈이 되지 않는 연구․교육 목적의 학술 서적 출간을 기본 취지로 하기 때문에 그 운영상 예상되는 어려움은 서울대 출판부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해외 대학출판부들은 여러 방법으로 운영을 내실화하고 있다.

 

미국의 대학 출판부는 전문적인 실무자가 출판부장으로 재직하며, 적극적인 재원 유치를 위해 노력하고 여러 사회 단체ㆍ기업으로부터 재정적 후원을 받아 일반 상업 출판사들이 손대지 않는 각종 학술출판을 안정적으로 담당해 왔다.

 

미국 최대의 대학 출판부 중 하나인 시카고대 출판부는 대학 당국이 적극적으로 지원과 운영에 참여함으로써 출판 서적의 질을 유지하고 있다. 시카고대는 광범한 기획물과 같은 예외를 제외하고 운영 예산을 모두 대학당국으로부터 지원받고 있다. 시카고대 교수들과 총장으로 구성된 14명의 편집위원회는 대학출판부가 출간한 모든 책을 인가ㆍ검토하는 권한을 갖고 있어 대학의 학문적 관심을 지속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각 대학 출판부의 교량역할을 맡고 있는 ‘미국대학출판부협회(AAUP)’ 또한 대학출판부의 발전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시카고대, 하버드대, 예일대, 듀크대 등 미국 103개 대학, 캐나다 5개 대학, 유럽 6개 대학 출판부가 가입된 AAUP는 순수 비영리기구이며 각 대학 출판부들간의 협업 프로그램과 지역사회의 문화 서비스 등을 주도하고 있다. 또 AAUP는 이들 출판부들이 출간한 10만여 권의 학술서적들을 인터넷 홈페이지에 소개하고 있어 회원대학 출판부가 속한 국가의 학술 흐름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게 할 뿐 아니라 매년 연례회의를 통해 전자출판, 운영, 디자인 등 각 출판부의 공통관심사를 중심으로 다양한 전문가 회의를 주관하고 있다.

 

도쿄대 출판부의 경우 서울대처럼 법인으로 자립하고 있으며, 운영은 실무자들이 전담하고 총장과 도쿄대 교수로 이뤄진 이사진이 출판기획을 정밀하게 검토함으로써 질을 담보하고 있다.

 

또한 ‘학술서간행기금’을 설치해 연구자를 양성하고 우수한 학술적 연구 및 저술을 지원하고 있다. 최근 도쿄대의 커리큘럼 변화에 맞춰 펴낸 초심자를 위한 『앎의 기법』, 영어 교재 등의 교과서는 각각 75만부, 24만부씩 팔려 도쿄대 출판부의 베스트셀러가 됐다. 이는 대학의 커리큘럼 개혁에 대응해 대학출판부와 대학이 합작해 긍정적 효과를 거둔 주목받을 만한 결과이다.

 

근래 해외 대학 출판부들은 학술도서시장의 급격한 위축으로 재정적 어려움을 겪게 되자 전자출판과 같은 첨단 기술 방식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기 시작했다. 컬럼비아대 출판부의 경우 출판사, 도서관, 학술정보시스템이 공동으로 75만불을 지원받아 컬럼비아 전자출판사를 설립했다. 이로써 인쇄출판물을 웹으로 유통시키는 것뿐 아니라 전자 단행본, 저널 등 새로운 모형의 온라인 출판까지 아우르게 됐다. 또 MIT 출판부는 “웹 상에서 전문을 제공하되 지적 재산권 문제를 활용해 인쇄를 어렵게 할 경우 책의 판매고가 2배 정도 늘어난다”고 주장해 이제 대학 출판부도 온라인, 오프라인을 통합하는 운영방식을 도입하는 것이 난관을 헤쳐 나갈 한 방법이 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이들 해외 대학의 경우 언어와 영향력 면에서 시장이 한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전 세계가 된다는 점에서 서울대 출판부의 사정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따라서 해외의 좋은 사례들을 참고해 우리 실정에 맞는 서울대 출판부만의 대안을 제시해야 할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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