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백낙청, 「남남갈등과 한반도 선진사회로」

한국의 향후 진로를 둘러싼 진보·보수의 끊임없는 논쟁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두고 백낙청 명예교수, 안병직 명예교수, 박세일 교수(국제대학원), 손호철 교수(서강대 정치외교학과) 등 중진교수들이 각자 다른 주장을 펼치고 있다.

지난 9월, ‘2006 한반도 평화와 상생을 위한 학술회의(학술회의)’에서 제기된 이 논의는 백낙청 교수가 『창작과 비평』 2006 겨울호에 「남남갈등과 한반도 선진사회로」라는 논문을 게재하며 더욱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백 교수는 이 논문을 통해 학술회의에서 토론을 벌였던 토론자들의 의견을 비판했다.

먼저 백낙청 교수는 안병직 교수의 ‘선진화와 통일 병립 불가론’에 대해 비판했다. 안 교수는 「한국 정치경제동향-선진화 모델의 정립을 위하여」라는 논문에서 “선진화는 국제협조노선으로만 수행될 수 있고 통일은 김정일체제를 전제로 한 자주노선으로만 추구될 수밖에 없으므로 통일과 선진화는 병립할 수 없다”고 말했다. 즉 통일정책은 김정일 체제와 비슷한 논리로 우리 민족 위주의 정치 과정이 될 수밖에 없으며 이는 국제적 선진화에 필요한 국제협력노선에 배치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백낙청 교수는 6·15 남북공동선언 등으로 한반도의 긴장이 완화되고 그로 인해 국제 신인도가 높아진 것을 예로 들며 “남북 간의 평화는 곧 한국경제의 성장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선진화와 통일을 배타적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그러나 안 교수는 『시대정신』 2006 겨울호에 실린 「허구로서의 분단체제」라는 논문을 통해 “백 교수는 통일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10여 년이나 연구했으나, 결국 논증하지 못하고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고 반박했다. 또 그는 지난 30일(목) 폭력으로 중단된 ‘뉴라이트 교과서 심포지엄’에서 “한국 근현대사의 목표를 반드시 통일로 설정할 필요는 없다”고 말해 통일에 관해 백 교수와 큰 의견 차이를 보였다.

이어 백낙청 교수는 박세일 교수가 말한 ‘반(反)한국 세력의 정체성’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박 교수는 지난 9월 “한국사회에는 한국을 부정하는 ‘반(反)한국 세력’과 ‘진보’, ‘보수’라는 세 세력이 있다”며 “반한국 세력은 배제하고 진보와 보수를 논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백 교수는 박 교수가 규정한 ‘반한국 세력’의 범위에 의문을 표하고 “한국을 부정하는 세력일지라도 논의의 주체에서 제외하면 안 된다”고 했다. 이에 박세일 교수는 “내가 지정했던 ‘반한국 세력’은 일부 소수의 친북좌파 세력”이라며 “한국 성장의 결함을 인정하지만 그 정체성까지 부정하는 세력은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백낙청 교수는 여성, 이주노동자, 장애인 등의 권리신장운동인 ‘제3세대 인권운동’이 6·15 남북공동선언 이후에 활발해졌다고 봤다. 백 교수는 분단체제를 가부장주의, 군사문화, 성장지상주의 등으로 규정하고 분단체제의 붕괴가 이런 권리신장운동을 활성화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손호철 교수는 “백 교수의 주장은 분단의 결정력을 지나치게 과장한 것”이라며 “인권운동의 활성화는 남북관계의 긴장 완화 때문보다는 1987년 민주화 운동의 성공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더 옳다”고 말했다.

백낙청 교수는 “선진화와 통일을 병행하는 진정한 중도의 길을 걸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논문을 마무리 지었다. 그는 “이번 문제제기를 통해 보수진영과 진보진영의 접점을 찾는 중요한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