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 중 추천도서


 

『연암을 읽는다』, 박희병  지음, 돌베개

아주 아주 바쁜 중에 이 책을 잠깐 손에 쥐었었는데 그만 앉은 자리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읽고 말았다. 이 책은 연암 박지원의 비교적 짧은 글 스무 편을 번역해서 제시한 것으로, 글마다 단락 별로 저자의 주해와 해설을 덧붙였다. 이 책의 무엇 때문에 내가 눈을 떼지 못한 것일까?

이 책의 매력은 우선 연암의 글을 직접 읽을 수 있게 해준다는 데에 있다. 연암은 누구인가? 저자에 따르면 연암은 셰익스피어와 괴테에 견줄 만한 우리나라의 문인이다. 그런 연암의 글을 읽을 기회를 준다는 것만으로도 이 책의 가치는 충분하다. 그러나 이 책의 진정한 매력은 저자의 주해와 해설에 있다. 저자는 연암의 글이 갖고 있는 다양한 층위를 빠짐없이 설명하고 해석하며 “연암을 읽는다는 것은 연암 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의미한다”는 자신의 믿음을 독자에게 경험시킨다. 그럼으로써 저자는 연암이 셰익스피어와 괴테에 비견되고도 남을 우리나라의 문인이라는 생각을 독자에게 심어준다. 우리에게 그런 문인이 있었다는 것을 새삼 일깨워준다는 점에서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인문학이 과거의 문헌을 통해 현재의 문제를 사고하는 학문이라면 이 책은 인문학의 전범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치밀하면서도 깊이 있는 텍스트 분석을 통해 연암이 당대 사회에서 일구어낸 학문적 예술적 성취를 우리의 현실 속에 고스란히 살려낸다. 학생들은 그 수준과 품격을 맛보는 것만으로도 인문학의 가치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이제부터라도 한문을 공부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신광현 교수(인문대 영어영문학과)  

 

『경제학, 더 넓은 지평을 향하여』, 박만섭 지음, 이슈투데이

대학생이라면 대개 비주류경제학에 대한 어느 정도의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막상 이를 최근 동향까지 포함하여 골고루 소개하는 책은 국내·외를 통틀어 드물다. 실제로 이 책의 저자들은 이런 책이 영어로도 없는데 영어로 내보자는 논의도 하였었다. 본인이 필자로 참여한 책을 추천하 기는 쑥스러운 면도 있으나, 이 좋은 책이 서울대학생들에게는 별로 알려지지 않은 것 같아 이참에 이를 소개한다.

이 책의 우수성은 이 책 자체를 구상하고 비주류 경제학 각 분야를 소개하는 각 장 저자들을 독려하고 꼼꼼한 비평을 가하여 글이 쉽게 읽힐 수 있도록 한 편자인 고려대 경제과의 박만섭 교수의 헌신에서 나왔다고 보면 된다. 박 교수는 일종의 사명감에서 국내 12명의 저자들을 포섭하여, 신제도경제학, 사회경제학, 진화경제학, 생태경제학, 여성주의 경제학, 신오스트리아학파 경제학, 포스트 케인지언 경제학, 구조주의 경제학, 스라피언 경제학, 맑스주의 경제학, 급진적 정치경제학 그리고 조절이론을 ‘쉽게’ 소개하는 이 책을 만들었다. 제도학파의 장하준, 마르크스학파의 류동민 등이 저자로 참여했다. 12종류의 비주류 경제학을 소개하기에 앞서, 박 교수 자신이 주류 경제학을 비판하는 장을 맨 앞에 배치한 것도 좋다.

물리학적 방법론 중심의 주류경제학 외에도 다양한 접근 방식들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자 기획된 이 책은 그래서 제목도 『경제학, 더 넓은 지평을 향하여』이다. 이 책을 통해 한국 및 세계경제, 그리고 여러 경제 현상을 보는 새로운 시각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근 교수(사회대 경제학부)


『새 근원 수필』, 김용준 지음, 열화당

『새 근원수필』은 ‘근원 김용준전집’의 첫째 권이다. 1부는 짧고 가벼운 글, 2부는 화인전을 비롯한 미술 관련 글로 구분하여 구성되어 있다.  근원 선생이 말씀하시길 수필다운 수필이란 ‘다방면의 책을 읽고 인생의 쓴맛 단맛을 다 맛본 뒤에 저도 모르게 우러나오는 글’이라 하셨다.  이 책 속에는 동양화가이자 미술평론가, 한국미술사학자이면서 교육자였던 저자의 인간적 감성의 깊이와 지성미, 그리고 한국미술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 담겨있다.

근원수필을 통해 존경스러운 선학의 글을 가까이함으로써 간결하고 담백한 우리 언어의 참맛과 풍부한 교양을 체득하게 되며, 단절되어가는 우리 문화의 맥락을  종합적 안목을 통해 느낄 수 있다.  즉, 한국미술의 전반적 흐름, 고대에서 현대미술까지를 보여주는 실로 고마운 책이다. 점차 국제화돼가는 이 시대는 이미 문화적 저변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 사회전반에 균형 있게 자리 잡은 문화적 정서, 취향, 문화를 알아야 그 사회의 국제적 역량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세계는 문화선진국으로 향하는 이때  한국의 미래는 경제 선진국을 향해 끝없는 안타까운 행진을 계속할 것인가? 경제적 성장도 중요하지만 건전한 문화적 성장이 함께해야 삶이 풍요로워질 것이다. 전 5권으로 되어있는 근원수필중 제1권에서는 주변 일상에서 겪는 사소한 느낌에서 감성적인 문화적 성숙미를 느끼게 하여주는 격조 높은 문장을 마주할 수 있으며, 예술품을 바라보는 사의적 취향의 정신적 향유를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제2·3·4·5권에서는 전반적인 한국미술사와 종합적인 미적 체험의 장이 펼쳐진다.                         
신하순 교수(미대 동양화과)

『이기적 유전자』, 리처드 도킨스 지음, 을유문화사

뜻밖에 좋은 책을 만나게 되면 왠지 횡재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박사학위를 막 끝마쳐 갈 무렵으로 기억한다. 우연히 대학서점에 들렀다가 『이기적 유전자(The Selfish Gene)』이라는 책을 만나게 됐다. 문고판 책이라 눈에 쉽게 띄지 않았으련만, 더구나 이미 출판된 지 4년도 더 지난 책이라 재고가 남아있는 것도 신기하련만, 그게 덜컥 눈에 들어온 것이다. 이기적 유전자라! 어디서 들어본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고, 긴가민가하면서 12불 95센트라는 거금을 주고 사들고 왔다. 그리고는 며칠 동안 잠을 아껴가며 그 책을 단숨에 읽었다. 영어 실력이 달려서 열심히 사전을 찾아가며 그 책을 읽어 나가는데 어린 시절 만화책을 읽을 때도 그보다 더 재미있지는 않았으리라. 가로 늦게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기적 유전자』는 1976년 초판 인쇄 후 꾸준히 독자들에게 읽히는 스테디셀러로서 자연과학뿐만 아니라 인문·사회과학에까지 그 영향력이 지대한 책이었다. 이 책은 진화의 메커니즘을 알기 쉽게 풀어놓은 책이다. 복제의 욕망과 복제과정에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변이, 이 둘에 의해 생명의 진화는 완벽하게 설명된다. 나아가서 리처드 도킨스는 유전자(gene)에 갈음하는 밈(meme)의 욕망과 그 변이로서 인간 문명의 진화와 발전을 명쾌하게 설명하고 있다. 리처드 도킨스의 탁월한 식견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한마디로 이 책을 요약하면, “태초에 ‘복제와 변이’가 있었으니, 만물이 그로 말미암아 지은 바 되었으며, 지은 것이 하나도 그가 없이는 된 것이 없느니라”라고 할 수 있겠다. 마지막으로 영어에 웬만한 자신이 있으면 영문으로 읽기를 권한다. 번역본에서는 맛볼 수 없는 리처드 도킨스의 뛰어난 문장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이일하 교수(자연대 생명과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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