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주

회색빛 바람은 홀로 떠돌다
결국 비와 섞였다.
투명한 강물은 외롭게 흐르다
결국 하구(河口)에 닿아 바다와 만났다.
나는 섞일 곳이 없었다.
두 다리로 땅을 딛고 서서
상처를 견뎌야 했다.
사랑했던 연인은 마약이었다.
나는 가로등 불빛을 친구삼아
거리를 벌레처럼 걸었다.

나 자신이 되고 싶었다.
낯선 사람들의 눈 속에서 나를 보았고
흔들리는 나뭇가지에서 나를 보았다.
그러나 나는 내가 아닌 삶을 살았었다.
나는 사실 어디에도 없었다.

모든 것을 하고 싶었다.
모든 곳을 가보고 싶었다.
오늘 나는 방청소를 했고
집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틀린 삶을 살아왔다.
나는 아무도 만난 적이 없었고
아무것도 알 수가 없었다.
눈가에 반짝한 물기는 참으면 그만이었다.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