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주 (정치학과·01)

평소에 잠을 잘 이루지 못한다. 아무리 몸이 피곤해도 좀처럼 쉽게 잠이 들지 않는다. 불을 끄고 잠을 청하면 온갖 생각이 내 머릿속을 지배하기 때문이다. 몇 시간이고 뒤척이다 그래도 잠들지 못하면 그 생각들을 글로 표현한다. 어떤 때는 글이 시가 될 때도 있고 대부분은 일기 형식이 된다. 그렇게 글로써 나 자신과 대화를 하면 한결 마음이 편해진다. 글을 쓰면 살아있다는 생각이 든다. 삶은 비참하지만 그 비참함을 글로 나타내면 나에게 작은 위로가 되었다.

문학은 동경의 대상이었다. 인상깊게 읽었던 소설과 시에는 항상 ‘상처’가 있었다. 그래서 나는 그 ‘상처’를 동경했고 문학을 동경했다. 이청준의 소설 「병신과 머저리」에 나오는 주인공이 느끼는 그 정체불명의 상처. 무엇이 원인인지도 모르고 내가 왜 아픈지도 알 수 없는 상처. 나에게도 그러한 상처가 항상 존재했고 그래서 문학과 글은 내 주위에 가까이 있었다. 그러한 문학에 대한 작은 애정이 대학문학상이라는 큰 영광으로 이어진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당선 소식을 듣고 적잖이 놀랐다.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당선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응모를 했다. 나는 내가 쓴 시를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는다. 그것은 단지 나 자신과의 대화이고 내가 삶을 바라보는 통로이기 때문이다. 당선이 된다면 시가 공개될 것이고 그것은 내가 원하는 바가 아니었다. 당선될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응모를 했던 것이다. 당선 소식을 접한 후 한편으로는 기쁘고 한편으로는 부족한 작품이 공개된다고 생각하니 부끄러운 생각이 든다.

15년 전, 글짓기 대회에 나가 대구의 한 공원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동시(童詩)를 끄적끄적 거리던 아이에게 대학문학상이라는 의미있는 상을 주신 심사위원 교수님들과 대학신문사에 감사의 뜻을 표하고 싶다. 졸업을 앞둔 내게 큰 선물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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