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호 독어독문학과·01

지난달 23일 서울대 재학생 송인욱 씨가 병역 의무를 거부해 구속됐다.

군사력에 의한 평화를 거부하고 평화 그 자체를 원한다는 것이 그의 신념이었다고 한다.

2001년 오태양 씨의 병역거부 선언으로 국내에서 공론화되기 시작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운동’은 한국 사회 내에서 새로운 논쟁거리로 자리 잡게 됐지만 수년이 지난 지금에도 증가한 구속자 수 외에 변한 것은 거의 없어 보인다.

물론 집값 걱정에 여념이 없는 정부와 여야가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의 잇따른 병역거부 입법권고안에 귀를 기울일 여유가 없다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나 그렇게 관계당국이 침묵으로 일관하는 동안 병역거부 사례는 계속해서 증가하고 그 이유도 다양해져 왔다. 전쟁을 반대하는 평화운동가, 성적정체성을 지키길 바라는 동성애자, 교육자로서 가르치는 대로 행동하려 한 초등학교 교사에 이르기까지 종교적 이유를 넘어선 다양한 신념의 실천이 있었고 현재 더 많은 사람이 병역제도를 거부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많은 사람이 자랑스럽게 갔던 길일 수도 있고, 누구는 돈과 권력을 이용하여 쉽게 피해 갔을 수도 있는 병역의무라는 길은 개인의 사고와 신체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사회 전체를 수직적이고 권위적인 질서로 만든다는 점에서 병역의무는 긍정적인 면보다 부정적인 면이 두드러진다.

병역거부 운동이 본격화된 후 사회 곳곳에서 무수하게 일어났던 사회적 격론은 상대방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더 나은 결론 도출을 위한 합리적 소통이 되기보다 근거없는 비난과 일방적이고 폭력적인 선동으로 쉽게 변질했다. 넓게 본다면 이 역시 현재의 병역제도가 가져온 한국 사회의 군사주의적 문화의 책임일 것이다.

이렇게 사회문화적으로 영향력을 미친다는 점에서 현재의 병역제도는 징집 대상자들만의 문제를 넘어 전 사회 구성원의 문제다. 이에 대한 직접적 거부 행동이 오늘날의 대학생들에게 대학입시 논술주제 정도의 인식을 넘어 한 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가능한 삶의 방식으로 이해되길 바란다. 그리고 좀 더 나은 삶을 고민하는 열린 개인들에 의해 지속적으로 논의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덧붙여 어쩌면 쉬운 길을 힘들게 돌아가게 될 송인욱 씨의 용기있는 선택이 어려운 환경에서도 더 큰 가치가 될 수 있기를 바라면서 멀리서나마 나지막한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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