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생근 (인문대 교수·불어불문학과) 장경렬 (인문대 교수·영어영문학과)

미국의 시인 메리앤 무어는 「시」라는 시에서 ‘진정한 것’을 요구하는 이, 그는 곧 시에 흥미를 가진 이임을 설파한 적이 있다. 젊은이들 가운데 ‘진정한 것’에 대한 욕구가 없는 이 어디 있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젊은이들은 모두가 시에 흥미를 가진 이들이고, 나아가 시를 마음에 담고 있는 이들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마음에 담고 있는 시를 밖으로 내놓기란 쉽지 않다. 이 쉽지 않은 작업에 도전한 젊은이들이 있으니, 이번 대학문학상 시 부문에 응모한 26인의 젊은이들이 그들이다.

‘진정한 것’에 대한 욕구가 생생하게 느껴지는 젊은이들의 작품과 만나는 일은 언제나 즐겁다. 즐거운 만남의 과정에서 두 심사 위원의 눈길을 각별히 끈 작품들은 박병훈의 「나∩나c」, 이용주의 「24년 4개월 20일」, 신승한의 「일출」, 하륜의 「손님」, 이상향의 「너」, 박찬익의 「가을은」이다.

먼저 「나∩나c」는 언어를 다루는 솜씨와 나에 대한 진지한 탐구 노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24년 4개월 20일」은 시적 처리의 미숙함을 확인케 하는 부분이 있으나 시적 이미지에 군더더기가 없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작품이다. 한편 「일출」은 상투적 표현으로 인해 참신함이 떨어지긴 하나 응모자의 시적 훈련이 만만치 않은 차원에까지 이루어져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끄는 작품이다. 또한 「손님」은 작위적인 면이 없지 않으나 대상을 향한 응모자의 시선이 더할 수 없이 예리하다는 점에서 역시 눈길을 끄는 작품이다. 「너」는 비록 시적 탐구의 깊이가 떨어지는 부분이 있긴 하지만 대상에 대한 깊이 있는 시선을 높이 살 수 있는 작품이다. 마지막으로 「가을은」은 가볍기는 하지만 언어의 재치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오랜 논의 끝에 여타의 논의 대상들에 비해 시적 완성도가 비교적 높은 「나∩나c」를 우수작으로 올린다. 이어서 언어의 절제와 시적 긴장감이 일정한 수준에 오른 것으로 판단되는 「24년 4개월 20일」을 가작으로 올린다.

비록 당선작의 자리에 오르지 못했더라도 여기서 언급한 작품들은 응모자들이 시인의 자질을 일정수준 갖추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모두 값진 것들이다. 시를 향한 정진을 계속 이어나가기를 이들 응모자 모두에게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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