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적 학술 출판 위한 기본적 지원 필요

▲ © 금기원 기자

61년 설립된 서울대 출판부는 현재 연간 500여 종이 넘는 책들을 발행하는 등 국내 대학 출판부 중에서 가장 큰 규모이나 재정, 운영상의 문제점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울대 출판부의 현황과 문제점을 진단하고 대안을 모색해 본다.


대학 출판부는 대학 내 풍부한 지적 자원을 바탕으로 학술서를 발간하고 교양교재를 개발해 대학교육을 지원하며, 일반 독자들을 위한 교양 학술 서적을 발간한다. 그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학내 교수ㆍ연구 인력의 연구 결과를 책으로 출간하는 것이다. 학술 서적을 전문적으로 기획하는 ‘아카넷’의 정연재 출판팀장은 “이윤을 추구하는 민간 출판사에서 학술출판을 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며 “대학 출판부가 학문적 성과를 담아내는 학술 출판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대 출판부는 지난달 13일 대한민국학술원이 주최하는 기초학문분야 우수학술도서 선정에서 총 18권이 뽑혀 2001년 1위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이처럼 서울대 출판부는 학술서적을 지속적으로 발간하는 것에 치중해 왔다.

 

이처럼 서울대 출판부는 지금까지 연구자의 연구 결과를 발간하는 데 집중해 일반 독자를 위한 기획 서적의 발간에는 소홀했지만, 최근 일반 독자들을 겨냥한 교양 학술 서적을 기획하고 홍보하는 것에도 관심을 돌리고 있다. 학술서의 독자층을 넓히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98년부터 출간한 「한국의 탐구」 시리즈를 시작으로 앞으로는 서울대 명예교수를 필자로 한 에세이와 육아, 교육, 문화 등 다양한 주제의 기획서를 펴낼 예정이다. 이미 이화여대 출판부의 경우 교재보다 기획서 판매로 재정을 확보할 정도로 활발한 기획을 진행해 왔다. 「이화문고」 시리즈와 함께 어린이, 여성ㆍ남성 심리, 여성학 등 특화된 분야를 집중적으로 기획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일반 독자 위한 기획서적 출간 활성화

 

그러나 이러한 시도에도 불구하고 전문적인 학술서를 발간하는 대학 출판부 본연의 기능 때문에 서울대 출판부를 비롯한 대학 출판부는 재정 위기를 맞고 있다. 한정된 독자를 대상으로 하는 학술 서적 발간이 시장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것이 당연할 수 있으나 97년 이기준 총장이 시장 논리를 적용해 “대학출판부도 자생력을 키워야 한다”며 일체의 지원을 중단한 것이 결정적으로 상황을 악화시켰다는 지적이 있다. 출판기획과장 권영자씨는 “초판에서 최소 1천부는 소화해야 적자를 면할 수 있는데 서울대 출판부에서 발행되는 책 가운데 교재를 제외하면 대부분 500부 정도를 내고 있어 재정적 어려움이 크다”며 “교양교재의 판매로 어느 정도의 재정을 확보할 수 있지만 제본ㆍ복사 문제, 인터넷 강의 등 수업 환경의 변화로 인해 교양교재의 판매도 많이 감소한 상태”라고 말했다. 또 권 과장은 “서울대의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데도 서울대가 기본적인 지원을 하지 않는 것은 문제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형편인데도 서울대 출판부의 재정유치 자구책은 미미한 수준이다. 현재 서울대 도서관의 의무 구입, 문화관광부ㆍ대한민국학술원의 우수학술도서 구입을 제외하면 외부 유치 노력은 부족한 상태다.

지원 중단으로 재정확보 어려워


출판부의 운영구조 역시 문제다. 서울대 출판부는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법인의 형태를 취하고 있는데, 실제 운영에 있어서는 대학의 부속기관으로 간주되고 있다. 본부에서 임명한 보직 교수가 교육과 연구를 병행하면서 4년 임기의 출판부장을 맡는 상태에서는 업무의 전문성이나 장기적인 계획의 연속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우리나라에서 대학 출판부장을 전문적인 실무자가 맡고 있는 경우는 연세대, 건국대 정도다. 연세대 남광홍 출판부장은 “보직 교수가 출판부장을 역임하는 경우 출판부 일에 전념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특히 최근 대학출판부에서도 전문성을 강조하면서 경영의 측면이 중시되고 있어  전문 인력의 필요성이 크다”고 말했다.

 

적극적인 홍보가 부족한 것 역시 약점이다. 서울대 출판부의 홍보는 한정된 독자를 대상으로 이뤄진다. 권영자 과장은 “전문적인 학술 서적의 경우 신문 광고 등으로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교수나 꼭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학술 인력을 대상으로 개별 메일이나 학회지를 통해 마케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화여대 출판부는 기획 서적을 잡지나 신문에 광고하는 등 적극적인 홍보를 펴고 있다. 이화여대 김용숙 출판부장은 “대학 출판부도 외부 출판사 수준의 홍보를 시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서울대 출판부가 독자적인 전문성을 바탕으로 양질의 학술 서적을 발행하는 제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학교의 지원뿐 아니라 출판부의 재정자구책 모색, 출판 전문 인력의 확보 등 대학 출판부만의 전문성을 확립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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