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배근(언론정보학과 교수)

S양·군, 서울대 입학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나도 47년 전, 1960년 4월 1일 처음 입학했을 때의 감회가 새롭군요. 그땐 4월이 첫 학기 시작이어서 4월 1일에 입학식을 했는데, 신입생은 반드시 교복을 입고 뱃지도 달아야 했답니다.

그때 왼쪽 가슴에 처음 단 서울대 뱃지에 라틴어로 볼록하게 새겨진 ‘VERITAS LUX MEA(진리는 나의 빛)’란 글자들을 손끝으로 어루만지며 이제부턴 나도 진리를 찾아서, 진리의 빛을 향해 어둠을 헤쳐나가며 굳건하게 살겠다고 다짐했지요.
하지만 막상 입학하고 나니까 진리는 고사하고 강의실 찾는 것조차 쉽지 않더군요. 고등학교 때까진 선생님들이 모든 것을 일일이 가르쳐 주었으나 대학에선 모든 걸 혼자서 스스로 해결해야 하니까요.

S양·군도 이제부턴 모든 것, 진리를 찾는 것도 인생의 방향을 찾는 것도 혼자 해결해 나가야 합니다. 그러자면 많은 방황과 고민도 수반될 것입니다. 그러나 좌절하지 말고 진리와 값진 인생을 찾기 위해 계속 고민하길 바랍니다.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는 사람을 사랑한다. 설혹 그것이 몰락을 뜻한다 할지라도 언젠가 그들은 자신들의 피안(彼岸)에 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니체의 말처럼 진리와 값진 인생을 찾으려고 계속 고민하는 사람은 언젠가는 반드시 그것을 찾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S양·군, 그렇다고 해서 고민만 하지 말고 우선 공부부터 열심히 하길 바랍니다. 공자 같은 성인도 “내가 온종일 먹지도 않고 밤새 자지도 않고 생각만 해본 적이 있으나 유익한 것이 없었고, 공부를 하느니만 못했다”고 고백하면서, “생각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태롭다(思而不學則殆)”고 말씀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멍청해진다(學而不思則罔)”면서 먼저 배우고 그것에 관하여 깊이 생각하라고 말씀하셨답니다.

이런 공자 말씀에 감히 내가 한 가지 더 보탠다면, 전공 공부에만 너무 매달리지 말고 다양한 학문적 지식과 주의·주장들도 폭넓게 섭취할 것을 당부하고 싶습니다.

대학이란 본래 여러 사람이 모여 학문과 인생 등에 관하여 열심히 토론하고 특히 다른 사람들의 다양한 주의·주장을 들음으로써 자칫하면 좁은 식견에 얽매어 완고해지기 쉬운 우리 인간을 폭넓은 지견(知見)과 객관적 사고방식을 지닌 인간으로 교육하기 위해 만든 곳이기 때문이지요.
S
양·군, 대학 입학을 다시 축하합니다. 앞으로 4년 동안 후회 없는 대학생활을 마치고 국가사회에 꼭 필요한 사람이 되어 주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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