려목(인문대 학생회장, 서양사학과·04)

지금도 체력장이 있나요? ‘체력장’ 하면 매달리기, 멀리 던지기 등 여러 종목이 떠오르는데요. 저는 그중에서도 오래달리기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가장 힘든 종목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과정에서 ‘함께한다는 것’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오래달리기에서는 시작 신호와 함께 모두가 앞만 보고 빨리 달려 나가는 단거리달리기에서는 할 수 없는 것들이 가능합니다. 자신의 신체 조건과 상태에 따라 스스로 페이스를 조절할 수도 있고, 옆의 친구를 살피면서 달릴 수도 있죠. 선생님이 빨리 뛰라고 재촉해도 뒤처진 옆 친구의 손을 잡고 도착점까지 걸을 수 있는 것이 오래달리기의 매력입니다. 물론 기록은 별로 좋지 않을 수도 있지만요.

우리의 삶도 오래달리기와 같았으면 좋겠습니다. 자신의 삶을 스스로 구성하고 결정하는 것, 그 안에서 더 많은 사람과 손잡고 가는 것, 그것이 더 즐겁고 행복한 삶이 아닐까 하는 생각입니다. 세상은 우리에게 혼자가 되기를, 그래서 혼자 더 빨리 가기 위해서 싸우기를 요구하지만 옆 친구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손잡고 걷는 것을 택한다면 모두가 승자가 되는 ‘달리기’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서로의 삶에 개입하고 고민을 나누는 것, 그리고 공동체라는 이름을, ‘우리’라는 이름을 부르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습니다. 하지만 새내기맞이 사업을 기획하는 선배들이, 교육의 평등한 권리를 박탈하는 등록금 폭등에 분노하는 사람들이, 시민으로서의 여성의 권리를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이미 존재하고 있는 다양한 관계들을 우애롭게 재구성하려는 움직임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대학은 이러한 관계들을 만들어냄과 동시에 확장할 수 있는 공간이겠지요.

다시금 3월입니다.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만남을, 새로운 공간에서 만들어가는 봄을 생각하면 가슴이 뜁니다. 봄날 같은 새내기 여러분이 관악에 따뜻한 기운을 가득 안겨주실 것 같아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대학생활의 낭만과 자유, 꿈들이 생동하는 관악의 3월이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누군가를 배제하고 짓밟으면서 얻는, 말뿐인 자유를 거부하고 모두가 함께 누릴 수 있는 자유와 권리를 함께 이야기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나와 내 삶의 조건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용기로 치열한 삶을 살아봅시다. 당장에는 뒤처지는 것 같이 보일지라도, 너무 늦게 가는 것으로 보일지라도 ‘함께’ 갑시다.

더 멀리, 즐겁게 가기 위하여!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